|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5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에 국가 비트코인 비축을 법으로 굳히는 법안이 제출됐다. 하원에 공개된 H.R.8957 ‘미국 예비자산 현대화법(ARMA)’은 형사·민사 몰수로 확보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재무부 전략 비축 자산으로 편입하고, 이를 최소 20년간 보유하도록 했다. 법안은 5월 21일 알래스카주 니콜라스 베기치 의원이 발의했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로 회부됐다.
법안의 축은 ‘정부가 이미 쥔 비트코인’이다. 재무부 산하에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과 별도 디지털자산 스톡파일을 두고, 연방 기관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의 관리 체계를 한곳으로 모으는 구조다. 백악관은 지난해 3월 행정명령으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설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법안은 그 구상을 의회 입법으로 잇는 성격이 짙다.
▲ 몰수 코인, 국고로 묶었다
ARMA는 형사·민사 몰수 절차를 거쳐 최종 귀속된 비트코인을 ‘적격 비트코인’으로 규정하고 전략 비축에 넣도록 했다. 일단 비축에 들어가면 20년 동안 팔 수 없다. 매각, 교환, 경매, 담보 제공, 그 밖의 처분도 막았다. 분기마다 총보유량과 거래 내역, 개인키 통제 여부를 공개하는 ‘비축 증명’ 체계도 의무화했다. 재무부는 암호화 증명 기술 역량을 갖춘 제3자 독립 감사인을 선정해야 한다.
이 대목은 행정명령보다 한발 더 나간다. 백악관 명령은 정부가 보유한 몰수 비트코인을 원칙적으로 팔지 않도록 했으나, ARMA는 장기 보유 기간과 외부 감사, 공개 보고를 법률 문구로 박아 넣었다. 행정부 재량에 맡겨졌던 운용 틀을 의회 통제로 끌어오는 셈이다.
▲ 주정부 수탁 열고, 추가 확보 경로도 남겼다
법안은 주정부에도 문을 열었다. 각 주는 연방준비제도 내부의 분리 계좌를 통해 자발적으로 비트코인을 전략 비축에 맡길 수 있다. 연방 차원의 보관 인프라를 주정부까지 넓히는 장치다. 재무부와 상무부에는 법 시행 뒤 180일 안에 추가 비트코인 확보 방안을 공동 연구하도록 했다. 조건은 예산 중립이다. 세금 인상, 적자 확대, 국가부채 증가 없이 가능한 경로를 따지라는 뜻이다.
연구 대상도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비트코인 외 디지털 자산의 전환 △몰수 자산 편입 △자발적 기부 △세금·관세 수입 활용 △연준 또는 금 증서 메커니즘 검토 등이다. 정부 관리 주소에서 발생한 하드포크 자산과 에어드롭 물량은 5년 동안 팔 수 없다. 5년이 지난 뒤 시장 가치를 따져 가장 가치가 큰 주류 자산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해 재무부 수입으로 돌리도록 했다.
▲ ‘100만개 매입’ 대신 기존 보유분 제도화
이번 법안은 러미스 상원의원의 BITCOIN Act와 결이 다르다. BITCOIN Act는 5년간 해마다 최대 20만개씩, 총 100만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매입 프로그램을 법안 본문에 넣었다. 금 증서 재평가와 연준 관련 자금 조정도 재원 방안으로 담았다. 반면 ARMA는 당장 대규모 매입 의무를 걸지 않았다. 정부가 이미 확보한 비트코인을 장기 비축 자산으로 제도화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다만 향후 추가 취득 경로를 따로 연구하도록 해 매입 확대의 문은 닫지 않았다.
정치권 파장도 작지 않다. 베기치 의원은 이 법안을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을 세우고 디지털 준비자산 관리 체계를 현대화하는 초당적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공동 발의에는 민주당 재러드 골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비트코인을 연방 준비자산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논의가 더는 행정부 실험에 머물지 않고, 의회 심사 단계로 들어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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