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한 시위대, '재선거' 요구하며 시민 감금까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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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한 시위대, '재선거' 요구하며 시민 감금까지[르포]

이데일리 2026-06-05 19:53: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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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부정선거 주장’ 시위가 개표소 앞까지 이어졌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점거한 시위대 수는 2000명까지 늘어났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던 이들은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 공세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의 점거 탓에 한때 경기장 안에 100여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감금되기도 했다.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인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김현재 기자)


5일 오후 6시께 서울 송파구 개표소로 지정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이송된 투표함의 개표가 모두 완료됐음에도 경기장 앞에는 보수성향 유튜버와 시위대 등 약 2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붉은색 옷과 모자 등을 착용한 시위대는 “재선거”, “불법개표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쉬지 않고 외쳤다. ‘참정권 침해’, ‘선관위 규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시위대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의 공세 수위가 높아진 탓에 올림픽 공원 일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께 경찰은 기동대 경력 1000명을 투입해 잠실7동 제2투표소의 앞 시위대를 끌어내고 투표함을 반출했다. 자유대학 등 일부 보수성향 유튜버들은 이에 반발하며 투표함이 이송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향했다. 경찰은 기동대를 배치해 출입구에 이중 질서유지선을 설치하며 현장을 통제했다.

이날 오전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김민수 최고위원,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 극우성향 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개표소를 방문했다. 이들은 개표 작업 진행에 항의하며 “싸우자”, “이번 선거는 전면 무효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부추겼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투표용지를 빼돌릴지 모른다’는 음모론에 사로잡힌 시위대는 개표소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붙잡고 신원을 확인하거나 이동을 막았다. 핸드볼경기장 내 사무실을 사용하는 대한산악연맹 소속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가자 시위대는 이들을 막아서며 “선관위 직원이 아니냐”, “어딜 나오려고 하냐”고 외치며 이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참관인’이라고 적혀있는 목걸이를 한 남성이 개표소 밖으로 나오자 한 시위 참가자가 남성을 향해 “선관위 직원이 나온다!”고 소리쳤다. 시위대는 곧장 남성에게 달려들어 그의 양팔을 잡아끌었다. 해당 남성이 계속 “나는 선관위 직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흥분한 시위대는 남성의 이동을 막았다. 결국 남성은 개표소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에 모인 시위대가 경찰 기동대와 대치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사진=김현재 기자)


이날 오후 4시께 약 600명 수준이던 시위대의 수는 오후 5시께 1200명, 오후 6시께 2000명까지 늘어났다. 개표가 종료된 이후에도 핸드볼경기장 1·2층 출입구 8곳을 모두 통제한 시위대는 개표소 내부에 있는 시민들을 사실상 감금했다. 이날 오후 4시 17분께 대한산악연맹 소속 직원들이 외부에서 열리는 회의를 위해 핸드볼 경기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시위대는 이들을 막아세우고 거세게 반발했다. 세 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연맹 소속 직원들은 핸드볼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대한산악연맹 소속 직원 조모(26) 씨는 “시위대가 신원을 확인하겠다며 목에 걸린 사원증을 잡아당겼다”며 “심지어는 투표용지를 반출하는 것으로 의심해 주머니 속에 손도 불쑥 집어넣더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시위대가 경기장 밖 300m 거리까지 따라붙으며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부터 핸드볼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모든 통로가 시위대에 의해 봉쇄됐다. 한 시위 참가자는 오토바이를 출입문 앞에 주차해 사실상 출입구를 막는 행태도 보였다. 당시 경기장 내부에는 취재진과 선관위 직원, 각종 스포츠협회 직원 등 모두 100여명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여러차례 외부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시위대에게 가로막혔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안에 감금된 시민들의 모습.(사진=김현재 기자)


스포츠협회 소속 직원들은 “우리는 선관위 직원이 아니다”라며 “퇴근을 해야하니 밖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흥분한 시위대는 “들어가”, “어딜 나와”라고 외치며 길을 가로막고 이들의 몸을 잡아끌었다. 대한산악연맹 소속 직원 임모(39) 씨는 “4시에 퇴근해서 7살 아들과 4살배기 딸을 유치원에서 하원시킬 계획이었는데, 감금된 탓에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급하게 친정 부모님께 연락해 하원을 부탁했다. 언제쯤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감금된 취재진과 시민들은 경찰 측에 “퇴로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현장의 경찰 관계자는 “지금 경비 인원이 부족해 퇴로 확보가 어렵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경기장 내 감금됐던 시민들은 창문과 일부 출입구를 통해 자력으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시위대는 이 과정에서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겠다며 신분증이나 사원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오후 7시 40분 현재까지 시위대는 개표소 앞을 봉쇄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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