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김경현 기자]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의 한 고깃집 앞은 이른 저녁부터 인파로 붐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에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주변은 순식간에 현장 중계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회동 장소는 홍대 인근 삼겹살집 ‘형님 저요’.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인물들이 고급 호텔 대신 대중적인 고깃집을 찾은 것만으로도 관심은 컸다.
회동 분위기는 오후 7시 전부터 달아올랐다. 젠슨 황 CEO가 도착하기에 앞서 구광모 회장, 최태원 회장, 이해진 의장이 차례로 식당에 들어섰다. 먼저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은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잔을 채웠다. 테이블 위에는 소주와 맥주가 놓였고, 이들은 격식을 갖춘 공식 회의보다 편안한 저녁 식사에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현장에서는 재계 총수들의 소탈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식당 측이 준비한 방명록에 참석자들이 사인을 남겼고, 일부 시민들의 요청에 응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회동 참석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구광모 회장이 냅킨을 뽑아 최태원 회장과 이해진 의장 앞에 놓는 모습도 보였다. 불판 앞에서는 구 회장이 고기를 올리며 분위기를 풀었다.
대화는 주로 최 회장이 이끄는 모습이었다. 최 회장은 손짓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이어갔고, 구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이해진 의장도 차분히 대화를 듣는 시간이 많았다. AI 반도체와 제조 AI, 플랫폼 협력 등 무거운 의제가 예상되는 자리였지만, 회동 초반 분위기는 비교적 부드러웠다.
오후 7시 10분쯤 젠슨 황 CEO가 식당에 도착하자 현장 분위기는 고조됐다. 식당 안팎에서는 환호성이 터졌고,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황 CEO의 모습을 담았다. 입국 때와 달리 황 CEO는 자신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이었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합류했다.
네 사람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자, 본격적인 ‘삼쏘 회동’이 시작됐다. 이들은 잔을 채운 뒤 건배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삼겹살과 소주, 맥주가 놓인 테이블은 격식보다 친밀감을 앞세운 자리처럼 보였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울 삼성동 치킨집에서 만났던 ‘깐부 회동’에 이어, 이번에는 SK·LG·네이버 핵심 인사들과 홍대 고깃집에서 만난 셈이다.
이번 회동은 겉으로는 편안한 저녁 식사였지만, 의미는 가볍지 않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와 GPU 생태계의 핵심 기업이고, SK는 고대역폭메모리(HBM), LG는 제조·전장·로봇, 네이버는 AI·클라우드·플랫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한 테이블에 모였다는 점에서 이날 회동은 한국 주요 기업과 엔비디아의 AI 협력 범위가 반도체 공급망을 넘어 제조 AI와 소버린 AI, 플랫폼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의 관심도 이 같은 상징성을 키웠다. 약 1000명 안팎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홍대의 한 고깃집은 한때 글로벌 AI 산업의 주요 인물들이 모인 무대가 됐다. 재계의 공식 회의장이 아닌 일상적인 식당에서 이뤄진 만남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산업적 무게는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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