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나진항 통한 북중 경협' 논의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주 7년 만에 북한 방문에 나서면서, 중국의 숙원사업인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 문제 등에서 북중 정상이 의견 접근을 이룰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8∼9일 북한을 방문, 양자 관계 및 공동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중러 정상회담서 "'두만강 통한 바다 진출' 北과 3자 논의 계속"
앞서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달 20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出海)' 문제에 대해 3자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만강 출해는 동해와 접한 영토를 갖지 못한 중국의 해양 진출과 관련이 있다. 과거 러시아가 미온적인 반면 중국이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문제인데,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대중 의존 심화로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앞서 2024년 5월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양국은 북한과 함께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통해 바다로 나가 항행하는 문제에 대해 건설적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기존에 있는 북러 간 철도 교량이 중국 선박의 두만강 운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 속에, 북러가 최근 또 하나의 교량을 건설하는 등의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북러는 2024년 6월 정상회담에서 두만강 하구의 자동차용 다리 건설에 합의했으며, 이 다리는 지난해 4월 말 착공해 오는 19일 완공 예정이다.
대만 연합보는 이번 시 주석 방북과 관련해 중국이 교량 높이를 높이고 준설 작업을 하는 것이 골자로 하는 두만강 하구 개조 방안을 이미 제시했다면서, 중국이 설계·설비·시공 인력을 내고 북러는 상징적 수준으로 출자하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 외교소식통 "나진항 운송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두만강 하구 지역을 둘러싼 북중 경제 협력의 또다른 축인 나선경제특구 개발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북중은 중국 지린성 훈춘·투먼과 북한 나선시를 중심으로 교류해왔으며, 북한 나선경제무역지대(나선경제특구)의 경우 양측이 공동으로 개발·관리해왔다.
훈춘 취안허와 나선시 원정리 통상구 사이에는 육로 교역을 위한 국경 다리가 있고, 중국은 이미 2000년대 후반 북한당국으로부터 나진항과 청진항 부두의 30∼50년 장기 사용권을 확보한 상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나진항이 잘 발달해 있고 투먼·나진 간 도로에도 컨테이너 트럭이 많이 오간다"면서 "중국 입장에서 두만강 유역보다는 투먼·나진 간 도로를 통해 물류를 운송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 육로 교통이 잘 되어 있는데 출해가 그만큼 급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가는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도 지난 4월 25∼30일 북한 함경북도와 나선시를 방문, 원정리 통상구와 북한 공장들을 둘러본 바 있다.
다만 나선경제특구를 통한 북중 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 있다. 관련 협력 프로젝트는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 강화로 중단된 바 있으며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중 국경 폐쇄로 한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미국이 유엔에서 발을 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 해제 이후를 위한 준비 작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부분이다.
또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 핵 문제, 동북아 질서 재편,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 등 다른 의제들도 맞물려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中 동해 진출에 힘 쏟아…'제1도련선 돌파' 등 다목적 포석
중국이 동해 진출을 성사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은 군사·경제·역사·지역개발 등 다양한 측면의 이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은 과거 청나라 영토였으나 1860년 러시아의 베이징 조약으로 러시아에 할양됐으며, 중국은 동북 지역에서 동해와 태평양으로 가는 출구를 잃었다.
현재 중국의 영토는 동해에 닿기 전 지린성 훈춘 팡촨에서 끝난다. 팡촨부터 동해로 향하는 두만강 하류 약 17㎞ 구간은 북러 영토다.
중국으로서는 장기적으로 동해 진출을 확대할 경우 자국을 제1도련선 안에 가두려 하는 미국의 압박을 피할 수 있으며, 북극해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제1도련선은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선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적국이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투사하지 못하게 하려면 제1도련선을 지키는 게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만 연합보는 중국이 두만강 진출권을 확보하면 중국의 '북극함대' 필요성이 대두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두만강 하구 개발을 매개로 한 동북아 지역 경제권 형성, 상대적으로 낙후된 자국 동북 지역 개발 등을 위해서도 두만강 하구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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