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집값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야당 지지세가 강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지금처럼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정부·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경기도도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집값이 일정 부분 이상 올라가면 개개인의 정치 성향도 보수적으로 바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에선 인구 929만에 달하는 서울, 그 중에서도 한강과 맞닿은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더욱 많은 표를 얻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성남시장 자리도 국민의힘 후보가 차지했다. 모두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들이다.
집값 상위 13곳 중 10곳 오세훈 선택…지방선거 결과로 드러난 집값-정치성향 상관관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현 서울시장)가 경쟁자인 정원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전 성동구청장)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종 득표율은 오 후보 49.15%, 정 후보 48.13% 등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24년 4월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전체 의석 49개 중 37개를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총선과 아예 상반된 결과가 나온 곳도 여럿 존재했다. 일례로 강동구의 경우 지난 총선에선 갑·을 지역구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이번 지선에선 오 후보가 정 후보에 비해 3.7%p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영등포구와 양천구 역시 현역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이지만 이번 지선에선 오 후보의 득표율이 정 후보에 비해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오세훈이 아니라 집값에 패배했다"는 견해도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때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곳들 모두 집값이 크게 올라 어엿한 '상급지'로 분류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너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강동구 아파트(전용면적 80~90㎡) 평균 매매가는 1년 전(2025년 5월) 대비 12.9% 오른 13억9000만원이었다. 평균 매매가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11번째로 높았으며 상승률은 강남구와 함께 '공동 1위'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영등포구와 양천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5%, 4.3% 상승한 12억6000만원, 11억9000만원 등이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 순위는 나란히 12위·13위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아파트 평균 매매가 순위 13위 이내에 속한 자치구 중 정 후보가 득표율에서 승리한 곳은 정 후보가 구청장을 지낸 성동구를 포함해 단 3곳(성동구, 종로구, 마포구)에 불과했다.
구청장 선거 결과 역시 다르지 않았다는 점은 정부·여당 지지들의 주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이번 지선에서 아파트 평균 매매가 순위 13위 이내 자치구 중 민주당 소속 차기 구청장은 5명에 불과했다. 정 후보 득표율이 높았던 성동구·종로구·마포구에서 영등포구·동작구가 추가됐다. 다만 이들 자치구에서 당선된 후보 모두 오랜 기간 해당 자치구를 정치적 거점으로 삼아왔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동작구청장에 당선된 류삼영 후보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동작구 을'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했고 낙선 후에도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영등포구청장에 당선된 조유진 후보는 영등포 출생으로 5대째 영등포에서 살아온 지역 토박이다.
그동안 줄곧 정부·여당을 지지해 왔다는 직장인 이정윤 씨(34·여)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나 각 구청장 선거 결과를 보면 집값을 기준으로 정치 성향까지 거의 완벽하게 양극화된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예전에는 서울에선 강남3구 정도만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됐는데 집값이 전체적으로 오르면서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한 곳은 보수 지지세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정부·여당 지지자들을 봐도 가진 게 많아지면 지키려는 심리가 강해져 보수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며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면 서울, 그리고 경기도까지 점차 보수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집값에 정부·여당 지지자들 우려 고조…"앞으로 경기도도 장담 못 한다" 분분
이미 경기도에서도 조짐은 보이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는 여당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지만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만큼은 야당 후보의 지지세가 강했다. 일례로 추미애 민주당 후보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유독 과천시에서 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쟁자인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50.06%의 득표율을 기록한 데 반해 추 후보의 득표율은 43.38%에 불과했다. 또한 성남시의 경우도 중원·수정구에선 경쟁자 양향자 후보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 격차를 보였지만 분당구에선 오히려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추 후보와 양 후보의 분당구 득표율은 45.61%, 48.08% 등이었다.
부동산 거래 정보 플랫폼 아파트미(me) 등에 따르면 경기도 전 지역에서 아파트 시세가 가장 높은 지역은 과천시다. 3.3㎡(1평) 당 평균 시세(분양면적 기준)는 무려 7518만원에 달한다. 국민 평수인 32~34평형대 기준 25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의 신축 단지인 고덕그라시움에 맞먹는 시세다. 2위는 성남시 분당구가 차지했다. 3.3㎡(1평) 당 평균 시세(분양면적 기준)는 5110만원이며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국민 평형대 기준 약 17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과천시와 성남시의 지역 단체장도 전부 야당 후보가 차지했다. 우선 과천시장 후보로 출마한 신계용 국민의힘 후보는 60.2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경쟁자인 김종천 민주당 후보(득표율, 37.49%)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분당구가 속한 성남시장 선거에서도 신상진 국민의힘 후보가 50.3%, 경쟁자인 김병욱 민주당 후보가 48.60%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전체 득표율 차이는 1.7%p에 불과했지만 분당구에서 만큼은 신 후보의 득표율이 정 후보에 비해 9.05%p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권리당원은 "과천이나 성남에서만 우리 당 후보 득표율이 낮게 나오고 기초 단체장 자리까지 뺏긴 것은 분명 가볍게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사실 성남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두 지역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집값이 서울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집값 비싼 곳은 보수세가 강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최근 들어 수원이나 평택 등 경기 남부 전역에 걸쳐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만약 집값과 정치 성향의 상관관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차기 총선이나 지선, 나아가 대선까지 마냥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서울의 한강벨트, 경기도의 과천·성남 등과 같은 지역에서 유독 보수세가 짙게 나오는 것을 근거로 집값이 일정 부분 높아지면 개개인의 정치 성향도 점차 보수화된다는 주장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유권자들은 자산의 증식보다는 정부의 규제와 과세로부터 내 자산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강해진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투표 성향으로 발현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서울 강남3구에 국한됐던 이러한 현상이 최근 서울 전역을 넘어 경기도 주요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며 "최근 경기도 전반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향후 선거에서 경기도 역시 과거의 진보적 색채를 탈피하고 보수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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