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투표함 개표 돌입…선관위 ‘투표지 후폭풍’ 가라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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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투표함 개표 돌입…선관위 ‘투표지 후폭풍’ 가라앉나?

일요시사 2026-06-05 17:18: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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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민들과 대치가 이어졌던 잠실7동 투표함 2개가 이틀 만인 5일에 전격 반출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설치된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함 2개가 반출됐다. 투표 종료 이후 약 35시간 만이다. 이 과정에서 투표함 이송에 반발한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지만, 연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출된 투표함은 오전 10시부터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개표 절차에 들어갔다. 일부 시민과 시위대는 개표소까지 이동해 ‘개표 중단’을 외치며 항의를 이어갔다.

반발의 출발점은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한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가 소진돼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자, 현장에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초기에는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와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중심이었지만, 이후 유튜버와 시위대 등이 추가로 현장에 모이면서 대치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전날 오후 8시께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200명이 현장에 운집해 투표함 반출을 막았다.

이들이 투표함 이송을 막아선 이유는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표를 그대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도 전날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방문해 “선관위원장이 밤에 사과했지만, 사과했다고 될 일이 아니”라며 “무효로 하고 다시 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선거 무효’ ‘선관위 해체’ 등의 구호와 피켓도 등장했다.

다만 정가 일각에서는 선관위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곧바로 부정선거로 단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통선거의 원칙을 위반하고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이번 사태는 단순히 선거무효 소송 여부를 살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특검을 통해 그 원인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 도입은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차단하고 우리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장 반발과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관위가 본투표 당일 내놓은 투표용지 인쇄 기준 해명도 논란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중앙선관위는 사태 원인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까지는 선거인 수의 60%까지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이번에는 50%로 낮췄다”며 “버려지는 투표용지가 많고, 남으면 투표를 조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돼 용지를 최소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파구의 경우 투표소 총 146곳이 운영되다 보니, 경우에 따라 특정 투표소의 투표율이 높거나 사전투표율이 낮아 용지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표율 상승만으로 이번 사태를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투표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 북구 70.2%, 전남 진도군 80.2% 등 송파구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지역에서 같은 규모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보고되지는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선거 이후 일반 시민이 선관위를 상대로 제기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위헌 확인’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했다. 청구인은 “선관위가 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 시민들의 선거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등을 중심으로 향후 선거 무효를 다투는 선거소송이나, 참정권 침해 관련 국가배상 청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선거 관리상 하자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선거 무효나 재선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도 선거 무효 판단에서 단순한 규정 위반 여부뿐 아니라, 그 위반으로 후보자 당락에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온 바 있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개표가 마무리되더라도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잠실7동 투표함 집계 전인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시 개표율은 99.93%로, 남은 표는 약 3700표 수준이었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표차는 5만7611표로 집계됐다.

결국 선관위가 향후 내놓을 진상규명 결과가 이번 후폭풍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50%로 낮춘 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 단순 행정 실수인지 구조적 관리 부실인지, 사후 대응은 적절했는지 등이 남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한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및 상황 브리핑을 통해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도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앙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선거 관리 논란으로 동반 사퇴한 것은 지난 2022년 ‘소쿠리 투표’ 논란 이후 약 4년 만이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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