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일 조 단위 투매에…사흘 평균 11.6원씩 올라
중동·대미 관세 리스크도 여전…"당분간 원화 약세 환경"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이도흔 기자 =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에 원/달러 환율이 1,550원 턱밑까지 상승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대미 관세 문제까지 재점화하면서 당분간 원화 약세 환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9.4원 오른 1,539.1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종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일부터 사흘 연속 오름세로, 이 기간 하루 평균 11.6원씩 뛰었다.
이날 환율은 0.7원 내린 1,529.0원으로 개장한 뒤 가파르게 상승, 오전 10시 27분께 1,549.1원까지 올라 1,550원에 근접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고점이었던 지난 3월 31일(장중 1,536.9원) 기록도 두 달여 만에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가 연일 국내 주식을 큰 규모로 순매도하면서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약 3조5천억원어치 순매도했다.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70조원에 육박한다.
전날 미국 브로드컴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의구심이 커진 것도 이날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부추겼다.
여기에 연초부터 이어진 차익 실현과 국내 증시 비중 조정(리밸런싱)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매도세가 한층 거세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1,5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는 건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유입되는 달러 공급을 압도하는 달러 수요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지난 달 7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액이 일평균 21억달러를 넘었는데, 이는 5월 한 달간 일평균 무역흑자 추정치인 15억달러를 상회한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개인들이 이를 받아주는 형국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외환시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순매도에 따른 달러 실수요가 환율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며 구두개입 발언을 내놨지만, 환율은 1,500원 위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대미 관세 우려가 재점화하는 등 대외 요인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환율이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수요가 되살아나며 환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이탈 자금 중에 중동 리스크를 우려해 빠져나간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호르무즈 봉쇄와 에너지 수급 문제가 외국인 매도세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지는 미국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서학개미의 투자 열풍이 거세질 수 있고,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어 원화가 힘을 쓰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isefool@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