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공식 임기를 열흘 남겨둔 5일 원내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이 여당 내에서 거세지며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가운데 원내 사령탑인 송 원내대표가 먼저 사의를 표명해 당 지도부 전체의 거취를 둘러싼 파장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임기 열흘 앞두고 전격 사퇴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단상에 선 송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현명한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정당이나 어느 한 권력에도 일방적인 힘을 몰아주지 않으셨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셨다"며 "동시에 우리 국민의힘에도 더욱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혁신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라는 무거운 과제를 주셨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이러한 국민 뜻을 받들어 우리 당에도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6·3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진숙, 유의동, 윤용근, 김태규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또한 지난 1년간 위기 속에서 당을 이끌었던 소회도 상세히 전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1년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말문을 열며 "생존과 재건이라는 두 단어를 가슴에 품고 일해왔다. 급작스러운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당을 지켜내고 대한민국 정치의 견제와 균형을 바로 세우는 것, 그리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당을 재건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동행해 준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사의를 표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과 당원께서 어려운 시기에 당을 끝까지 지켜주셔서 대단히 고맙다"며 "덕분에 우리는 생존할 수 있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아쉬움은 남지만, 다시 일어설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당의 온전한 재건을 매듭짓지 못한 점에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다만 제 역량이 부족해 당의 재건이라는 과제는 아직 충분히 이뤄내지 못했다"며 "그 과제는 새로운 원내대표가 이어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협상 고충 토로하며 눈물
특히 송 원내대표는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을 상대로 원내 협상을 진행하며 느꼈던 심적인 고통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년을 정리하면서 가슴속에 들어 있는 감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비굴함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협상의 불균형을 비판하며 원내 제1당을 향한 좌절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송 원내대표는 "협상을 하는데 협상이라는 것은 양쪽에 잣대를 공정하게 들이대야 가능한 것"이라며 "민주당과 1년 동안 협상하면서 한 번도 정상적인 잣대로 대해온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며 발언을 이어간 그는 "가슴속에 굉장한 울분이 많이 생겼다. 판을 엎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었다"면서 "그렇다고 판이 깨지면 소수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여지도 없었다. 순간순간 다수당 원내지도부에서 툭툭 내뱉는 단어 속에 얼마나 많은 조롱이 포함돼 있는지 참아냈다"고 언급하다 결국 흐느끼며 잠시 발언을 멈췄다.
"다음 총선 꼭 이기자" 마지막 당부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장에 모인 동료 의원들을 향해 뼈아픈 당부와 굳건한 결의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참석자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고별사로 "한 가지만 명심합시다. 다음 총선 꼭 이깁시다"라는 비장한 한마디를 건넸다.
국회 움직이는 실질적 사령탑, '원내대표'란 무엇인가
가장 자주 접하는 의원들의 직함 중 하나가 바로 원내대표다. 국회 안에서 정당을 대표하는 원내대표는 단순히 당내 여러 감투 중 하나가 아니라, 입법부 운영과 법안 처리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이끄는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요직이다.
정치권에서 과거에는 이 직책을 '국회대책총무' 또는 줄여서 '원내총무'라고 불렀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각 정당은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입법부 내부의 권위를 더욱 높이기 위해 명칭을 지금의 원내대표로 변경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명칭 변경을 기점으로 원내대표의 위상과 정무적 실권도 과거 총무 시절보다 대폭 격상됐다.
원내대표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당대표와의 철저한 역할 분담에 있다. 당대표가 당원 전체를 대표해 정당의 장기적인 비전과 노선, 공천권과 원외 행정 사무 등을 총괄하는 직위라면, 원내대표는 철저히 국회 내부에서 움직이는 소속 의원들의 행동과 전술을 총괄한다. 즉 정당 전반의 운영과 대외 메시지는 당대표가 이끌고, 실제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안에서 벌어지는 입법 대치나 여야 협상은 원내대표가 전권을 쥐고 지휘하는 이원화 지도체제를 이룬다.
원내대표가 짊어지는 가장 중대한 임무는 다른 정당과의 입법 협상이다. 국회가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본회의 일정을 잡고 각 상임위원회에 국회의원들을 배치하는 원 구성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쟁점 법안들의 상정 순서나 합의안 도출 여부도 결정해야 하는데, 이 모든 지루하고 험난한 협상 과정의 최전선에 서는 주체가 바로 각 정당의 원내대표들이다. 이들이 막후 조율을 거쳐 합의문에 서명해야 비로소 국회 문이 열리고 법안 통과가 가능해진다.
당내 소속 의원들을 하나로 규합해 일사불란한 전열을 갖추는 것도 원내대표의 몫이다. 정당의 운명이 걸린 중대 법안이나 예산안 표결, 혹은 국무위원 탄핵안 등이 국회에 제출될 때마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하고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당론을 단속한다. 당내 계파 갈등이나 개별 의원들의 이견을 물밑에서 기민하게 조정하는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나아가 원내대표는 정당의 정책 수립을 책임지는 정책위의장과 긴밀히 협력해 당의 핵심 공약들을 실제 법률안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이끈다. 특히 매년 정부가 제출하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가 재정을 적재적소에 확보하고 조정하는 예산안 협상력은 원내대표의 가장 큰 시험대로 꼽힌다.
원내대표는 보통 매년 봄마다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의원총회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되며, 공식 임기는 1년이다.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을 대표할 인물을 손수 뽑기 때문에 당대표 못지않은 강한 대표성과 영향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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