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 속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노랫말이 극장가를 맴돌고 있다. 1990년대 복고풍 감성과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관객들의 귀를 붙잡는다. 그런데 이 노래의 주인공은 가수가 아니다. 배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로 확장돼 실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사례가 늘면서 ‘배가수’(배우+가수)가 콘텐츠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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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보이즈, 뜨거운 인기에 실제 ‘엠카’ 출연도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와일드 씽’이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은 극 중 세기말 혼성 3인조 그룹 ‘트라이앵글’로 변신해 직접 노래를 소화했다. 제작진은 영화 개봉에 앞서 실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관객들이 캐릭터와 음악을 먼저 소비하도록 만든 것이다.
같은 작품 속 또 다른 ‘배가수’도 눈길을 끌었다. 오정세는 극 중 발라드 가수 최성곤 역을 맡아 실제 음원 ‘니가 좋아’를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 세계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구조를 만들며 작품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극 중 가상 그룹 ‘미각보이즈’가 부른‘ 마이 플레이버’ 음원을 실제로 발매했다. 작품 안에서 소비되던 캐릭터가 음악 콘텐츠로 재탄생하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시청 이후에도 음원을 듣고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며 작품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미각보이즈는 오는 11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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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배우들의 음악 활동이 OST 참여나 개인 음반 발매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작품 속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음원과 뮤직비디오, 숏폼 콘텐츠, 유튜브 영상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대세가 됐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이 음악 시장과 결합한 셈이다.
글로벌 흥행작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배우 안효섭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작품과 배우 모두 화제성을 얻었다. 콘텐츠의 인기가 배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배우의 인지도가 작품 홍보 효과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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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된 세계관… 길어진 콘텐츠 생명력
업계에서는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 역시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본다. 영화나 드라마를 한 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숏폼, 밈 콘텐츠까지 함께 소비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캐릭터의 생명력이 훨씬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작품 자체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에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극 중 인물이 실제 음원을 발표할 경우 자연스럽게 팬덤 소비로 이어진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장점이 크다. 음원 발매와 뮤직비디오 공개, 각종 음악 콘텐츠 활용을 통해 작품 홍보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추가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캐릭터 인지도를 높여 후속 콘텐츠 개발 가능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보다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영화와 드라마, 음악의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배가수’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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