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OTT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 중계 효과로 스포츠 이용자층이 대거 유입되던 시점에 사고가 터지면서 티빙의 브랜드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이은 실적 부진에 보안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웨이브와의 합병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사이버 침해 사실을 신고했다. 보안당국은 이번 사고를 중대침해사고로 분류하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조사에 착수했다.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인력을 현장 파견해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티빙도 지난 3일 신원 미상의 해커가 데이터베이스에 무단으로 침입해 이용자의 △아이디(ID) △이름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연계정보(CI) △중복가입확인정보(DI)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유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81만8314명이다. 이는 2위 쿠팡플레이 911만4333명과 29만6019명 차이다. 4월까지만 해도 티빙 MAU는 770만8645명으로 쿠팡플레이(910만1593명)와 139만2948명 차이가 났다. 티빙과 쿠팡플레이 MAU 격차가 줄어든 건 국내프로야구(KBO)가 개막한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500만명 안팎의 이용자가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OTT 계정은 통신·결제·SNS 계정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티빙은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등 결합 상품 이용자 정보와 SNS 로그인 계정 비밀번호는 보유하지 않아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티빙 관계자는 “티빙의 회원정보가 아닌 외부 제휴처 사이트의 회원정보는 티빙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아 유출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티빙 내 인증시 입력한 정보는 유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규모와 범위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용자 불신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고가 OTT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OTT는 더 이상 단순한 영상 시청 플랫폼이 아니다. 광고형 요금제 확대, 개인 맞춤형 추천, 스포츠 중계, 커머스 연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 데이터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데이터 기반 성장 전략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티빙 입장에서는 시점이 뼈아프다.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 효과를 앞세워 이용자 기반을 넓히고 있었다. 쿠팡플레이와의 격차를 좁히며 국내 OTT 2위권 경쟁에 속도를 내던 상황에서 해킹 사고가 터져서다. 야구 팬들이 “경기를 보러 왔다가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스포츠 중계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티빙과 웨이브와의 합병이 지연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더욱더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티빙은 앞으로도 넷플릭스, 유튜브, 쿠팡플레이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 국내 OTT 시장이 수익성 악화와 이용자 확보 경쟁에 시달리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겹치면서 티빙의 성장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OTT는 이용자의 시청 이력, 취향, 결제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라며 “개인정보보호 신뢰가 무너지면 광고형 요금제나 AI 추천 서비스 확대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티빙 해킹 사고는 한 플랫폼의 보안 문제를 넘어 OTT 산업 전체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용자 데이터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 OTT 업계가 보안과 투명한 사고 대응을 얼마나 강화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이용자 여러분께서 믿고 맡겨 주신 정보를 지켜드리지 못했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티빙에 있다”며 “보안 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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