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 뚫고 태평양 건넜다”…가스공사, 15년만에 캐나다 LNG 공급망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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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 뚫고 태평양 건넜다”…가스공사, 15년만에 캐나다 LNG 공급망 결실

이데일리 2026-06-05 12:00: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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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 4일 찾은 한국가스공사 인천 액화천연가스(LNG)기지. 높이 52m, 직경 84m의 거대한 LNG 저장탱크들이 송도 앞바다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하는 회색 구조물 23기는 이 곳이 수도권 에너지 공급의 심장부임을 실감하게 했다.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인천기지는 단일 LNG 기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다. 총 저장용량은 348만킬로리터(㎘)로, 이는 국내에서 약 18일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기업 ADNOC 계열 선사에서 운영하는 'AL SADF'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키티맷에서 출발해 6만 8000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싣고 지난 4일 인천에 도착했다.


저장탱크 사이를 지나 제1하역부두에 들어서자 거대한 LNG 운반선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길이 258m, 폭 46m의 이 선박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키티맷에서 출발해 열흘간 태평양을 횡단하며 6만 8000톤의 LNG를 실어왔다. 가스공사가 15년간 공들여온 ‘LNG 캐나다(LNG Canada)’ 사업의 결실이 처음으로 수도권 관문인 인천에 도착한 순간이다.

가스공사가 2010년부터 참여한 LNG 캐나다 사업은 캐나다 서부 천연가스를 670㎞ 전용 배관을 통해 키티맷 액화기지로 운송한 뒤 LNG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상업생산에 돌입했으며, 가스공사는 5% 지분을 바탕으로 연간 70만톤의 LNG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LNG 캐나다 사업은 단순한 도입선 다변화를 넘어 새로운 에너지 안보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경제성이다. 키티맷에서 인천까지 운항 기간은 약 12~14일. 미국 텍사스 사빈패스에서 약 31일, 카타르에서 약 17일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짧다. 여기에 캐나다 서부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나 파나마운하를 거치지 않아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고 운송비 절감 효과도 크다”며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공급원”이라고 설명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오른쪽 세번재)이 LNG 캐나다 카고 수도권 첫 입항 기념식에서 아론 마시흐(Aaron Masih, 오른쪽 네번째) 선장 및 관계자들과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가스공사)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LNG 캐나다 사업을 두고 “15년 동안 수많은 난관을 넘어 완성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실제 사업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0년 공동 타당성 조사로 시작된 사업은 2014년 합작투자 계약 체결, 2018년 최종투자결정(FID)을 거쳐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지만 험준한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장거리 배관 건설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특히 액화기지가 위치한 키티맷은 인적이 드문 오지로 겨울철 혹한과 폭설 탓에 공사 가능 기간이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렸고 건설 인력 확보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최 사장은 “취임 당시 이미 공사가 1년 이상 지연된 상태였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배관 보냉재 설치 인력을 구하지 못해 완공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말 의지와 힘으로 완성한 프로젝트”라고 회고했다.

사업성 논란도 적지 않았다. LNG 캐나다 사업은 개발부터 상업생산까지 15년이 걸린 초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차례 중단론과 지분 매각론이 제기됐다. 사업 지연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사업 자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당초 가스공사는 20% 수준의 지분 참여를 추진했지만 장기간 이어진 사업 불확실성과 투자 부담 등을 고려해 현재는 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사장은 “국정감사 때마다 ‘망한 사업 아니냐’,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임직원들이 끝까지 사업을 지켜냈다”며 “지금 와서 보면 5% 지분만 보유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당시 여건 속에서 지분을 유지하며 사업을 완수한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지난 4일 인천기지본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가스공사)


가스공사는 오는 9월에는 LNG 캐나다 2단계 사업 투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단계 사업은 기존 배관망과 접안시설 등 1단계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더욱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추가 배관 건설 없이 승압기만 증설하면 되고 부두와 저장시설도 공동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가스공사의 LNG 확보 물량은 현재 연간 70만톤에서 140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LNG 캐나다 사업은 최근 한국이 도전장을 내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가스공사는 지금까지 약 2조원을 투자했으며 2단계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예상된다.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사업 평가 과정에서 단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협력과 현지 기여도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LNG 캐나다 사업도 양국 간 신뢰를 보여주는 대표적 협력 사례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사장은 “LNG 캐나다 사업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사업을 넘어 양국 간 전략적 신뢰를 구축한 사례”라면서 “15년 동안 이어진 에너지 협력이 향후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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