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SBS플러스 연애 예능 '나는 솔로' 31기가 지난달일 종영했지만, 후폭풍은 오히려 방송이 끝난 뒤 더 거세지고 있다. 중심에 선 인물은 출연자 상철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적 배경을 앞세운 그의 '양비론' 발언이 피해자 순자를 외면한 가해자 마인드라는 비판으로 번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파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나는 솔로' 31기 변호사 상철 '뼈 때리는 레전드 댓글 등장…사람들 반응 폭발 / '나는 솔로' 31기 상철 네이버 블로그, ENA, SBS Plus '나는 솔로'
"어느 일방의 100% 잘못은 없다"…상철 발언의 전말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TV'에 공개된 31기 상철·광수 인터뷰 영상이었다. 제작진이 "31기 논란이 많다"며 순자 따돌림 의혹을 우회적으로 언급하자, 상철은 "다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변호사로 일을 해봐도 어느 일방의 100% 잘못인 경우는 잘 없다"고 말했고, "촬영 직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며 "방송이 시작되면서 서로 몰랐던 모습을 보고 오해와 감정이 쌓이며 다소 소원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 있던 광수는 "논란이 많을 거라 예상은 못 했다. 열심히 해주셨으니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는 수준의 발언에 그쳤다. 그에 비해 상철의 발언은 훨씬 구체적이었고, 그만큼 역풍도 집중됐다.
지난 1일 공개된 '나는 솔로' 방송 시청 리액션 영상에서도 상철은 자신의 험담을 듣고 있는 순자를 보며 "왜 앞에서 듣고 있냐"는 발언을 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추가로 샀다. 피해자가 자신을 향한 험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에 공감을 표하기는커녕,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자체를 지적하는 뉘앙스로 들렸기 때문이다.
순자가 직접 밝힌 피해…방송 이후에도 이어진 불편함
순자는 방송 종영 직후 '촌장엔터테인먼트' 라이브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직접 털어놨다. 방송 안에서의 따돌림에 그치지 않고, 방송 이후에도 여성 출연자들의 메신저 대화방에서 무례한 발언들이 오갔다고 호소했다.
또한 상철의 집에서 첫 방송을 함께 시청한 자리에서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을 때, 관련 없는 출연자조차 "너 되게 예민하다" "왜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망치냐" 등의 핀잔을 줬다고 밝혔다. 다른 출연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순자는 정희로부터는 따로 사과를 받아 어느 정도 감정을 풀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자신을 따돌렸다는 의혹을 받는 영숙과 옥순에게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사과 여부가 갈리는 지점이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가 됐고, 그 맥락 속에서 상철의 양비론 발언은 더욱 부적절하게 읽혔다.
'나는 솔로' 31기 상철. / ENA, SBS Plus '나는 솔로'
시청자 댓글이 지적한 핵심…"중립이 때로는 외면이다"
비판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었다. 상철의 블로그에 달린 한 네티즌의 댓글은 논란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이목을 끌었다. 해당 댓글에만 '좋아요' 하트가 100개 넘게 달리는 등 화제가 됐다. 지난 2일 작성된 이 댓글은 수천 자에 달하는 분량으로, 상철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해당 댓글 작성자는 "상철님은 변호사라서 '한쪽만 100% 잘못인 경우는 드물다', '제3자는 진실을 다 알 수 없다'는 관점을 말씀하신 거 같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사실관계 판단 이전의 문제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누군가가 실제로 집단 안에서 소외감과 괴로움을 느꼈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면, 그 순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균형론이 아니라 그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곧바로 '양쪽 다 문제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자의 경험을 축소하거나 의심하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법률적으로 중립이 중요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의 상처에서는 중립이 때로는 상처받은 사람에게 외면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상철님의 발언을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피해 호소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당사자 간의 관계 개선은 책임 인정과 사과가 먼저이지, 사건 축소와 양비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한 부적절한 접근법으로 보인다"며 자기성찰을 촉구했다.
'뼈 때리는' 댓글에 상철이 보인 반응
이 댓글을 직접 확인한 상철은 지난 4일 "생각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적절한 시기에 답변을 드리겠다"는 짧은 댓글을 남기며 공식 입장 발표를 예고했다.
상철이 어떤 내용의 입장을 내놓을지는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가 취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상철의 태도와 언행 관련한 대다수 반응의 공통분모는 단순히 발언 내용이 아니라 발언의 '타이밍'과 '맥락'에 대한 문제 제기다.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호소한 직후, 가해 집단의 일원으로 지목된 인물이 '양쪽 다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법적 맥락에서는 중립적으로 들릴 수 있어도, 인간적인 맥락에서는 피해자의 고통을 희석시키는 메시지로 작동했다는 것이 대다수 시청자의 판단이다.
지난 2일 상철 블로그에 남겨진 한 네티즌 댓글. / '나는 솔로' 31기 상철 네이버 블로그
네티즌 댓글에 직접 답변 단 상철. / '나는 솔로' 31기 상철 네이버 블로그
'나는 솔로' 31기 논란의 구조…왜 이 사안이 반복될까
'나는 솔로'는 비연예인 일반인 출연자들이 짧은 합숙 기간 동안 연애 상대를 찾는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출연자 특성상 방송 경험이 없고, 자신의 행동이 카메라에 어떻게 담기는지 감각이 덜하다. 이 때문에 집단 따돌림이나 특정 출연자 배제 같은 집단 역학 문제가 방송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31기는 그중에서도 방송 내 따돌림 장면이 구체적으로 편집에 잡히고, 당사자인 순자가 방송 종영 후 직접 피해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는 점에서 이전 시즌 논란과 결이 다르다. 피해자의 직접 증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온 상철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논란의 불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변호사 출신이라는 배경이 오히려 독이 됐나
아이러니하게도 상철의 직업적 배경인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이번 논란을 더 키웠다. 법정에서 '양쪽 다 들어야 한다', '일방의 진술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논리는 정당하고 필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방송 예능 출연 이후 사회적 공감이 요구되는 국면에서 동일한 논리를 꺼내드는 것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작동한다.
시청자들이 원한 것은 법리적 분석이 아니었다. 같은 공간에 있었던 출연자로서, 그리고 피해자가 불편함을 표출한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으로서의 인간적 반응이었다. 그 간극이 역풍의 본질이다.
'나는 솔로' 31기 여자 출연자들 얼굴. / 유튜브 'SBS Plus 스플스'
기계적 중립이 유발하는 '감정의 무력화'
심리학에서는 누군가의 감정과 경험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를 '감정의 무력화'라고 정의한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았을 때, 듣는 이가 즉각적으로 "양쪽 다 문제가 있다"거나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며 균형을 잡으려 하는 반응이 바로 전형적인 무력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두 가지 타격을 동시에 받는다. 첫째는 자신의 경험이 '사소한 것' 혹은 '과장된 것'으로 취급된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고, 둘째는 상처를 털어놓았음에도 돌아오는 것이 공감이 아닌 차가운 분석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추가적인 고립감이다. 집단 안에서 이미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사람에게 이 두 번째 타격은 첫 번째보다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순자가 상철의 집에서 첫 방송 시청 후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을 때, 주변 출연자들로부터 "너 되게 예민하다", "왜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망치냐"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반응 자체가 감정의 무력화의 전형적인 형태다. 고통을 호소한 사람에게 '예민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그 고통의 실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관계 심리학에서는 "관계의 상처 앞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균형을 잡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을 외면하는 가장 세련된 방식일 수 있다"고 본다. 상철의 발언이 의도와 무관하게 많은 시청자에게 불편하게 읽힌 것은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법정 논리와 인간관계 논리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상철이 변호사라는 직업적 배경에서 꺼낸 "어느 일방의 100% 잘못인 경우는 잘 없다"는 발언은 법적 맥락에서는 타당하다. 법정에서는 철저한 중립과 증거 기반의 판단이 정의 실현의 핵심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갈등은 법정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논리적 판결보다 정서적 연결을 먼저 처리한다. 누군가 상처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은 '누가 더 잘못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판정이 아니라, '네가 힘들었구나'라는 한마디 공감이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리기 이전에 고통 그 자체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필요에 해당한다. 이 순서를 무시하고 곧장 이성적 분석으로 넘어갈 때 관계는 회복이 아니라 추가적인 파열을 맞는다.
'나는 솔로' 31기 경수와 순자. 최종 커플에서 '현커'로도 이어진 두 사람. / ENA, SBS Plus '나는 솔로'
양비론의 구조적 문제도 여기서 드러난다. "너도 잘못했고, 저 사람도 잘못했다"는 논리는 언뜻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 가해와 피해의 무게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책임을 기계적으로 양분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이 오류는 가해 쪽에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피해 쪽에는 '당신도 잘못이 있다'는 추가적인 억울함을 얹는 결과로 이어진다. 집단 따돌림처럼 가해와 피해의 구도가 비교적 명확한 사안에서 양비론을 적용하면 그 역효과는 더욱 커진다.
관계 회복에는 '심리적 순서'가 있다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거쳐야 하는 심리적 단계가 있다. 이 순서를 건너뛰거나 뒤섞으면 해결이 아니라 갈등의 심화로 이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공감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위로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 단계에서 "너만 힘든 게 아니다"라거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은 상대방의 감정을 깎아내리는 역할을 한다. 공감 없이는 이후의 모든 과정이 피해자에게 강요로 느껴진다.
두 번째 단계는 성찰이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고 책임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기계적 중립은 이 단계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중립의 뒤에 숨으면 자신의 행동을 정면으로 돌아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책임 인정 없는 성찰은 사실상 성찰이 아니다.
세 번째 단계는 조율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관계와 처신을 함께 논의하는 단계다. 많은 갈등 상황에서 가해 측이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건너뛴 채 곧장 세 번째 단계인 '화해와 개선'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피해자에게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용서를 강요받는 상황으로 인식된다. 순자가 영숙·옥순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힌 상황은 이 구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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