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월 19일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3월에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수립된 최초의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의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들이 신기술 도입과 일방적인 보급 기반 조성에 머물렀다면, 이번 계획은 중동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안보 자산 확보와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 폭증 대응,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담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수립됐다.
이번 계획은 2035년까지의 재생에너지 중장기 이행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따라 석유 공급선 다변화와 비축 등 기존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생에너지 중심의 국내 생산 에너지(home-grown energy) 확대 전략으로 재정립했다. 계획에는 전기국가(electro-state)로의 도약과 에너지 대전환을 신속히 뒷받침하기 위한 5대 과제와 10대 전략이 담겼다. 2030년과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지역별 재생에너지 자립률(지산지소)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36.9기가와트(GW)였던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2.7배 수준인 100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기준 세계 20위 수준에서 2030년에는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원 별로 태양광은 30.8GW에서 87GW로, 육상풍력은 2.1GW에서 6GW로, 해상풍력은 0.4GW에서 3GW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OECD 평균 34.4% 대비 한국 9.8%)을 2035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목표가 달성되면 2035년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68.8~75.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감한 목표 대비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달성하려면 2026년부터 매년 13GW 정도의 신규 설비 보급이 필요하지만, 현재 연간 보급 규모는 약 4GW 수준에 불과하다. 2001년 이후 다섯 차례 수립된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발전원 간 불균형과 전력망 인프라 부족 등 구조적 한계는 누적됐다. 직전 5차 계획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11.4% 대비 실적 9.1%),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2022년 1.3조 원에서 2025년 0.9조 원으로 무려 34%나 급감했으며, 신규 보급 흐름 역시 정체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세계적인 흐름은 이미 주력 전원이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교체되는 거대한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30년 52%를 거쳐 2050년에는 최대 69.1%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재생에너지 최하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2030년과 2035년 재생에너지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국가 경제와 산업의 성패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처음 제시된 목표는 아니지만, 이번 계획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제2의 반도체·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고, 2035년까지 누적 투자 268조 원을 견인하겠다는 목표가 담긴 것을 보면, 정부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방정부별 재생에너지 대전환 계획(안)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17개 광역 지방정부가 제시한 2030~2035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주요 계획이 담겨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을 통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얼마나 어떻게 달성하고자 하는지를 조망할 수 있다. 과거 재생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전력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불일치한다는 점이었다. 전력 다소비형 첨단 국가 산업단지 등은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는데, 재생에너지 설비는 호남 등 남부 지방이나 제주 등 특정 지역과 해안가에 집중되면서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 간 불균형이 심화했고, 극심한 계통 포화와 송전망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계획은 중앙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계획 수립 체계를 지방정부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들은 중앙정부의 계획만으로 달성하기 어렵고 지방정부가 체계를 갖추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본계획은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성과 보급 기반을 반영해 스스로 재생에너지 대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지방 에너지 대전환 협의회를 통해 정합성을 맞추는 거버넌스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계획이 곧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 에너지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릴 수는 있지만 수요처(첨단 산업단지 등)를 지방정부 주도로 늘릴 수는 없는 현실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별 재생에너지 불균형이 더 고착될 수도 있다. 이번 계획에서 제시된 지방정부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보면 이러한 지역별 불균형이 완화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2025년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는 전남(19%)과 전북(14.8%), 경북(14%), 충남(12.5%) 등에 집중돼 있다. 반면 전력수요가 집중된 서울(0.1%)과 인천(0.9%), 경기(7.3%)를 포함하는 수도권(8.4%)에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기본계획에 따른 지역별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적용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도 경북(19.3%)과 전남(16.6%), 충남(13.5%), 전북(13%) 등에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크고 수도권의 비중은 소폭 증가한 10.3%(서울 0.1%, 인천 0.9%, 경기 9.3%)에 그친다.
지역의 총 전력 소비량 중 해당 지역 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의 비율(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을 비교하면 지역별 재생에너지 불균형을 더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전력 소비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남의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은 2025년에 28.2%에서 2030년 61.9%, 2035년에는 157.5%까지 크게 높아진다.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전력 소비량보다 많아진다는 의미다. 전북도 같은 기간 47%에서 85.5%, 144.3%로, 강원은 38.5%→73%→104.5%로, 경북은 16.5%→54.7%→81.3%로 높아진다.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도 2025년에 1.9%에서 2030년 4.9%, 2035년에는 8.9%로 점차 높아진다. 하지만 90% 이상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다른 지역에서 끌어다 써야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경기 지역의 반도체 산단 건설 등 수도권의 전력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수도권에는 기존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에 비해 경기와 인천에 재생에너지 설비가 더 많이 설치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담을 위한 지역 간 논의와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분산 전력망의 구축은 탄소중립과 지역의 재생에너지 자립뿐 아니라 국가 전력망 인프라 부담을 완화하는 핵심과제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에너지전환의 분권화·분산화라는 올바른 정책 방향성을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2030·2035 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은 과감한 계획과 정책, 예산, 그리고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유기적인 협력하에 이뤄지는 실행력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인 시대, 이번 기본계획이 대한민국을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자립국으로 견인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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