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포용금융 확대를 외친 금융지주들이 해외에선 이를 경영 위험 요인으로 공시하며 논란이 됐다. 포용금융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포용금융은 실제로 금융지주들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간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건 시장 금리를 왜곡시키고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건전성 부분에서는 관련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고정이하여신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용금융 확대가 도덕적 해이를 자극해 시장에 혼선과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SEC 연차보고서에 리스크로 기재된 포용금융
지난달 21일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포용금융을 경영 위험 요인으로 기재했다. 국내에선 포용금융 지원에 앞장서는 이미지였음을 감안하면 겉과 속이 달라보인 행보다.
이와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지주 3사는 바로 다음날 법률 체계에 따른 공시 방식 차이라고 해명했다. 당국 정책 방향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한 3사는 포용금융을 핵심 경영 방향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며 사태 수습에 힘썼다.
금융지주 3사가 말한 대로 공시 방식 차이도 있겠지만 이들이 포용금융 확대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포용금융은 신용등급이 낮은 소외·취약계층을 지원하기에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포용금융 부담되는 이유
당국에서 내세우는 포용금융 일환인 저신용자 저금리 정책은 시장 금리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해당 정책이 지속되면 금리 부담은 고신용자가 떠맡게 돼서다.
또한 은행은 이자로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예금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대출 금리를 올려서 수익을 보전해야 하지만 포용금융에 따라 대출 금리 인상이 어려워지는 게 문제다. 이는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더 나아가 포용금융으로 금융지주 수익성이 악화되면 주주환원에 차질이 생기면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 민간이 과도하게 부담을 떠맡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시장 기능도 훼손되고 자율성마저 침해될수 있다.
업계에서도 포용금융에 대해 우려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현재 유가나 환율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포용금융에 비용이 집중되면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신사업 투자나 리스크 대비 재원 마련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건전성 악화 초래하는 포용금융
포용금융 확대는 금융지주 건전성에도 영향을 준다. 올해 1분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고정이하여신은 13조6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급증했다. 회수 불가능한 대출 채권인 추정손실은 2조9963억원으로 전년보다 5.8% 늘었다.
전문가들도 이와 관련 우려를 표했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명예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금융시장이 포용금융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많다”며 “연체율 증가는 경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채무탕감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부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도 더리브스 질의에 “포용금융은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부분을 민간에게 강제로 떠맡긴 형태이다”며 “보통은 저소득자 대출에 대한 리스크는 정부에서 가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포용금융은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에게 회생 기회를 주는 면도 있다. 장기 연체채권을 소각해 금융 취약계층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 포용금융을 통해 금융 지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포용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오프라인 금융 거점에서 기본적인 금융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뱅킹허브’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부채 문제 해결과 금융 회복에 초점 맞눈 채무조정 체계도 운영한다.
배재대학교 경영학과 김동현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코로나 시기에 유럽에서 금융기관에게 황제세라는 세금을 추가적으로 매겨서 저소득층에게 지원한 사례가 있다”며 “금융기관도 도덕적 해이를 원치 않으며 지속적인 심사와 까다로운 기준을 거쳐 채무 탕감을 해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지영 기자 szy0918@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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