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나트륨(소듐)이온 배터리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 난징 공장에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양산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앞서 나간 분야지만, 용도나 가격별로 배터리 시장이 세분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기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5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내년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동차의 시동용 배터리로 사용되는 납축전지를 대체하고, 차량의 전장 구동용 12/24V 배터리나 무정전 전원장치(UPS)·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중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삼성SDI와 SK온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 이승우 부사장은 지난 4월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컨퍼런스 ‘NGBS 2026’에서 “내부적으로 양산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쯤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힐 수 있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SK온도 내년 중 시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전해진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을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배터리다.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출 시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열·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이 낮고 저온 환경에서도 성능이 크게 저하되지 않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나트륨의 전기화학적 특성상 에너지밀도가 낮은 한계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은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 투자보다 리튬이온 기반 제품 고도화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중국 CATL이 이르면 올해 4분기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판도가 바뀌는 분위기다. CATL이 공개한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브랜드 ‘낙스트라’의 에너지밀도는 175Wh/kg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CATL은 지난 4월 중국의 ESS 제조업체와 60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의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향한 의심의 시선도 있지만, CATL도 자신감이 있으니 LFP급 에너지밀도를 공언했을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도 중국의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경시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국내 기업들이 최근 집중하는 ESS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고, 중저가 전기차나 소형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며 국내 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인지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배터리 시장이 다변화되는 만큼 나트륨 배터리도 일정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ESS나 소형 모빌리티에 적용하기는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을 결합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 기술연구소와 충북 오창 공장을 연계해 초기 샘플을 생산하고, 이후 난징 파일럿 공장으로 넘어가 완성품 단계 및 대량 생산 직전 단계의 샘플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것으로 전해진다. 난징은 소재 등 나트륨이온 배터리 관련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어 최적의 샘플 생산 장소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은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뺏긴 LFP 배터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의 공세로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생산 안정화와 기술 고도화 수준에 따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LFP 배터리를 앞세워 시장을 독식한 점을 감안하면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미래도 예단할 수 없고, 그런 면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도 관련 기술 개발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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