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전망보다 15년 빠른 감소…저출산 가속화 현실로
자연감소 91만 명 넘어…노동력 부족·지역 소멸 우려 확대
일본 1.14·한국 0.80…동아시아 인구 위기 지속
[포인트경제] 일본의 저출산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의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67만 명 수준까지 감소한 데 이어 합계특수출생률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이 지난 3일 발표한 202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인 출생아 수는 67만123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만4937명 감소한 수치로, 10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89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특수출생률도 1.14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의 1.15보다 낮아진 것으로, 194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신생아의 모습/사진=박진우 특파원 ⓒ포인트경제
특히 이번 결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전망보다 저출산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23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는 출생아 수가 67만 명대로 감소하는 시점을 2040년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5년가량 앞당겨져 나타났다.
후생노동성은 최근 몇 년간 출생아 수 감소 폭이 다소 완만해졌지만 저출산 현상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담당자는 일본 언론을 통해 출생아 수 감소 폭은 과거와 비교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저출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산모 연령별 통계를 보면 30~34세 출산이 가장 많았다. 해당 연령대 출생아 수는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첫째 아이를 출산한 어머니의 평균 연령은 31.0세로 전년과 같았다.
지역별 출산율 격차도 뚜렷했다. 합계특수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오키나와현(沖縄県)으로 1.52를 기록했다. 이어 미야자키현(宮崎県)이 1.46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도쿄도(東京都)는 0.96으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홋카이도(北海道)와 미야기현(宮城県)은 각각 1.00에 머물렀다.
도쿄의 경우 높은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 장시간 노동 문화 등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아동수당 확대와 보육 지원 강화, 육아휴직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일본의 사망자 수는 158만9489명으로 전년보다 1만5889명 감소해 5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훨씬 많아 인구 자연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의 차이인 자연증감은 91만8253명 감소로 집계됐다. 일본의 자연감소는 19년 연속 이어지고 있으며 감소 규모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는 노동력 부족과 지역 소멸 문제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농촌 지역뿐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학교 통폐합과 공공서비스 축소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혼인 건수는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48만9119건으로 전년보다 4027건 늘어 2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1.0세, 여성 29.7세로 전년보다 다소 낮아졌다.
후생노동성은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향후 출산 동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혼인 증가만으로 저출산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과제로 규정하고 각종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생아 수와 출산율 모두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검증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저출산 흐름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인구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전년보다 상승했고 출생아 수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다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한국 역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는 있으나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을 넘어 주거와 고용, 육아 환경 전반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인구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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