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500만원에 보건소장 할 의사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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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500만원에 보건소장 할 의사 없나요”

더리더 2026-06-05 10:12: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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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원 꺼리는 보건소장…경주 등에선 조산사로 문호 넓히기도



지방의 보건행정과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소장’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장기간 공석인 것으로 나타나 지자체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의사 출신 보건소장을 채용하기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보건소장의 연봉을 대폭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관련 예산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울산, 경력 4년 이상 의사 연봉 5000만원대에 채용 시도

지난 21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역 5개 보건소 중 보건소의 진료와 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를 정원대로 배치하고 있는 곳은 북구보건소가 유일하다. 특히 중구, 남구는 보건소장 모집 공고를 수 차례 냈음에도 소장을 장기간 뽑지 못했다. 시는 대한의사협회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재공고를 내 의사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4급 공무원(서기관) 대우, 연봉 약 5500만원(경력 4년 기준) 조건을 전날(20일)까지 내걸었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 자체적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게 아니라 4급 지방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2026년 공무원 봉급표를 기준으로 책정했다”며 “다만 연봉에 포함된 성과급과 수당은 시에서 따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처럼 여러 번 헛수고만 한 지자체들은 이후 조산사와 간호사·약사·한의사·치과의사 그리고 보건 관련 업무 공무원 등으로 지원 자격을 넓혀 재공고를 내기도 한다. 내달부터 보건소장을 모집하는 경북 경주시와 영주시 등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의사면허자 우선 임용…지원자 없어야 조산사 등 선발

지자체들이 여러 번 헛수고를 하는 이유는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임용하도록 한 현행 ‘지역보건법’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만 조산사와 간호사 등을 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 출신 인사들은 보건소장 연봉이 현직 의사의 실질 연봉보다 훨씬 낮아 지원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연봉도 원인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중구, 남구와 달리 보건소장이 있는 울산의 다른 보건소들은 4급인 보건소장에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이 재직 중이지만 경력에 비례한 연봉은 9000만원대다. 4급 지방직 공무원 가운데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 연봉이다. 반면에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의사인력 임금 추이’에 따르면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이미 2022년 3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연봉이 낮아 재공고로 의사를 선발한 뒤 당사자가 소장 임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강원도 속초시는 2023년에 최종 합격자가 보건소장 임용을 포기한 전례가 있다. 이듬해 7월 정부가 지역보건법을 개정해 한의사 등도 보건소 근무 경력 없이 보건소장에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에야 속초의 의료 공백은 10개월만에 해결됐다. 춘천시도 간호사 등으로 문호를 넓힌 후에야 2023년 6월부터 2년 넘게 이어지던 보건소장 공석 사태를 지난해 해결했다.


◇법적 기준 미달하는 보건소장 나오기도

지방 보건소장은 ‘명예봉사직’이란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보건소장 사례가 감사에 적발되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경북 상주시는 작년 보건소장 공고에서 지원자가 없어 5급 행정직이 보건소장 직무를 대리했다. 이는 같은 해 경북도 감사에서 적발돼 지적 받았지만 올해 초에도 지원자가 없어 다시 행정직이 보건소장 직무를 대리했다. 앞서 2024년 부산 서구는 수개월째 공석이었던 보건소장 자리에 서구청장의 측근을 채용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는 인구가 군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그만큼 행정 업무가 더 많단 점도 지방 보건소장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자체들에 따르면 보건소장은 보건소의 사업을 지휘하면서 인력·시설 관리 등 행정 전반도 책임지고 있다.

지방의 보건소장 부족 사태가 이어지는 원인에는 수도권보다 열악한 주거·문화 환경, 자녀 교육 등이 꼽히기도 한다. 이에 그나마 지자체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임금이다 보니 보건소가 직접 채용이 가능한 기간제 보건소장의 경우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부터 전남 영암군 군서보건지소에서는 연봉 2억7000여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약 30년 경력의 흉부외과 전문의인 A(65)씨가 근무 중이다.

다만 지방 보건소 가운데 보건소장을 고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뽑기 위해서 지자체가 단기간에 찾을 수 있는 해법은 임금 인상밖에 없지만 예산 사용의 한계가 있는 만큼 쉽지는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울산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1.7명으로 광역시 중 가장 낮고 필수 진료과 전문의가 부족한데 광역시라는 이유로 지역의사제 의무복무지역에서조차 제외돼 의사 부족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의사의 수가 적은 지역을 의료취약지로 지정하는 등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의료에 대한 역할을 보건소가 하고 있는 만큼, 보건소장 부족으로 더 큰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지방의 의료 예산을 늘려 보건소장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은퇴한 시니어 의사가 지방의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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