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원룸 건물주가 운영사와 분쟁을 벌이며, 월세를 낸 세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공용 시설을 철거했다. / AI 생성 이미지
서울의 한 기숙사형 원룸 건물에서 멀쩡히 월세를 내고 살던 외국인 세입자 A씨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집 출입을 통제당했다. 건물주가 운영사와 벌이는 분쟁의 불똥이 세입자에게 튄 것이다.
건물주는 강제집행을 내세워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공용 세탁기와 주방까지 철거했다. 심지어 한 세입자의 방문은 강제로 뜯겨 나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송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건물주는 새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며 세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계약은 금물이며, 건물주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하루아침에 출입 통제, 공용주방도 폐쇄"… 전쟁터가 된 보금자리
서울의 한 기숙사형 원룸에 거주하는 외국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건물 소유주 측이 2026년 5월 29일부로 건물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하며, 기존 운영업체는 더 이상 출입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건물 곳곳에 붙인 것이다.
A씨는 건물 소유주가 아닌, 건물을 통째로 임차해 운영하던 업체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월세를 내며 살아왔다.
소유주의 통보 이후 평온했던 건물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출입문 비밀번호가 일방적으로 변경됐고, 1층 관리 인원이 입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주차장 비밀번호는 바뀌었지만 세입자들에게 공유되지 않았고, 공용 세탁실의 세탁기와 공용 주방의 시설은 모두 철거되어 텅 비어 버렸다.
공포감은 한 세입자의 방문이 강제로 뜯겨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며 극에 달했다.
A씨는 "이번 달 월세는 이미 기존 운영업체에 납부했고, 유효한 계약서도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건물주는 6월부터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건물주와 운영사 간의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6월 11일에도 변론기일이 잡혀 있는 상태다.
"새 계약서? 절대 서두르지 마세요"…변호사들 '이중고' 경고
법률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급한 결정을 피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물주와 운영업체 간의 법적 다툼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했다가는 보증금을 떼이거나 더 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기존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 중이므로 건물 소유자 측의 새로운 계약 체결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며 "성급하게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기존 운영업체와의 계약 관계에서 파생된 권리와 이미 납부한 보증금 반환 채권을 포기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 역시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아 권리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새 계약을 쓰면 기존 보증금·권리 정리 문제가 생기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기존 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문 부수고 시설 철거?…"명백한 불법, 형사 처벌 대상"
전문가들은 건물주의 일방적인 출입 통제와 시설물 파손 행위가 법의 테두리를 명백히 벗어난 '불법 행위'라고 강조한다. 건물 소유주라 할지라도 적법한 절차 없이 세입자의 주거 평온을 해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출입 통제, 비밀번호 변경, 시설물 철거, 그리고 타 세입자의 문을 강제로 뜯어내는 행위는 주거침입죄, 재물손괴죄,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 역시 "소유자라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출입을 막고 방문을 뜯어내는 행위는 형사상 권리행사방해, 재물손괴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세입자들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입 통제, 시설 파손 등의 상황을 사진과 영상으로 꼼꼼히 기록해 증거를 확보하고, 반복적인 위협이 있을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주거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법적으로 주거권을 보장받고, 불법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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