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와 대규모 업종별 순환매 장세가 겹치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그간 증시 상승을 견인하던 기술주 중심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반면, 금융과 헬스케어 등 전통적 가치주에는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홀로 역대 최고치를 가라치웠다.
4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3% 상승한 5만1561.93으로 장을 마감하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다. S&P500지수 역시 0.41% 오른 7584.31을 나타냈으나,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0.09% 밀린 2만6830.96에 머물렀다.
이날 시장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핵심 주자는 반도체 거두 브로드컴이었다. 브로드컴이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연간 AI 가이드라인(전망치)마저 상향 조정 없이 정체되자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했다. 이로 인해 브로드컴의 주가는 12.59% 폭락했다.
외신들도 일제히 AI 시장의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빅테크의 AI 투자가 무한히 확장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가려져 있던 ‘수익성 검증 단계’가 본격화됐다”며 “브로드컴의 실적 정체는 투자자들이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재의심하게 만든 계기”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이번 급락은 AI 칩 수요가 여전히 견고할 것이라 믿었던 시장에 가해진 경고음”이라며 “반도체 밸류에이션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 여파로 마이크론(-7.74%), 샌디스크(-3.92%), 웨스턴디지털(-3.13%) 등 메모리 반도체 전반이 동반 추락했다.
반면 기술주를 이탈한 자금은 금융과 바이오·헬스케어 섹터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월가의 목표주가 상향에 힘입어 5.16% 급등했으며, 일라이릴리(4.31%)와 머크(4.85%) 등 대형 제약사들도 강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기술주에 집중됐던 자금 과밀 해소가 시작되면서, 금리 환경 변화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대형 은행과 견고한 실적을 받쳐주는 헬스케어가 완벽한 피난처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실제로 JP모건체이스(3.34%), 뱅크오브아메리카(3.38%), 골드만삭스(4.96%) 등 주요 은행주와 블랙스톤(7.50%), KKR(5.45%) 같은 대체투자 운용사들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편, 국제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하향 안정세를 찾았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격적인 휴전 합의가 타결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3.1% 하락한 배럴당 93.04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2.8% 내린 95.0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급격히 해소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고, 이는 기술주를 제외한 전반적인 시장의 기술적 반등을 뒷받침하는 모멘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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