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연상호 감독 “‘부산행’은 나의 ‘벚꽃엔딩’…넘어야 한단 부담 없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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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 연상호 감독 “‘부산행’은 나의 ‘벚꽃엔딩’…넘어야 한단 부담 없다”[인터뷰]

스포츠동아 2026-06-05 07:3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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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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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연상호 감독이 구교환과 함께 또 한 번 좀비 장르의 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 선보인 3번째 작품인 ‘군체’는 지난달 21일 출격해 연내 개봉작 가운데서 가장 빠르게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부산행’, ‘반도’를 통해 케이(K) 좀비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킨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기존 좀비물의 공식을 과감히 해체했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감염체가 아닌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며 진화하는 ‘군체형 좀비’라는 새로운 존재를 창조했고, 그 ‘재앙의 시작점’에 선 핵심 인물로 구교환을 내세웠다.

O“AI의 공포 담은 좀비물”

연상호 감독은 폐쇄된 빌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감염체(좀비)들과 생존자들의 사투를 담은 ‘군체’에 대해 “AI 시대의 공포심이 반영된 좀비 영화”라고 설명했다.

“AI의 가장 큰 특징은 다수의 보편적 지성과 사상의 총합이라는 거예요. 집단주의 속에서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현대 사회의 불편함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끝없이 업데이트되는 거대한 무언가와 싸우며 개인이 무력해지는 공포를 직관적인 액션 영화로 만들고자 한 결과물이 바로 ‘군체’죠.”

2명 이상의 좀비가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엉겨 붙은 형태 역시 AI를 은유한 것이라는 흥미로운 설명도 내놓았다.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만들면 그럴듯하지만 오류가 가득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런 이미지를 보면 기분 나쁜 기괴함과 실소가 동시에 나오죠. 그런 감정들을 은유하고 싶었어요.”

영화에 AI 시대의 공포를 담았지만, 연 감독은 영화계 최대 화두로 꼽히는 ‘AI 사용’에 대해서는 마냥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AI의 특징인 ‘보편성의 합의’와 영화의 ‘독창성’이 어떻게 융합하냐가 중요하죠.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인 마르셀 뒤샹의 작품이 나왔을 때 굉장히 논쟁이 심했지만, 그 논쟁이 현대 미술을 발전시키기도 했거든요. AI 논쟁 또한 결국 영화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해요.”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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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내가 인간 혐오자? 난 휴머니스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연이어 선보이다 보니 관객들 사이에서는 ‘연상호 감독은 인간 혐오자가 아니냐’는 오해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나는 혐오자가 아닌 휴머니스트”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인간을 사랑하는 만큼 인간성에 대해 탐구하고 설명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것 같아요. 인간이 사랑스러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불완전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열등감을 느끼는 것처럼요. 저는 그런 불완전함을 담고 싶을 뿐이죠.”

첫 실사 영화 연출작인 ‘부산행’으로 글로벌 흥행에도 성공한 연 감독을 두고, 혹자는 ‘부산행’이 그의 영광인 동시에 넘어야 할 거대한 그림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부산행’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행’은 제게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같은 작품이죠. 작품을 낼 때마다 늘 전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지만, 대중예술가로서 그런 메가 히트작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한 버팀목이죠. 계속 성공에 목말라하는, 성공에 미친 사람처럼 작업하고 싶진 않아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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