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삼쏘에 드러난 젠슨 황의 '소프트 파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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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삼쏘에 드러난 젠슨 황의 '소프트 파워' 전략

뉴스웨이 2026-06-05 07:0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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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왼쪽)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치킨집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치킨 회동'을 보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주요 대기업 수장들과 서울 성수동에서 이른바 '삼쏘(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진다. 치맥에 이어 삼겹살과 소주까지 'K푸드'를 앞세워 재계 총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젠슨 황식 '소프트 파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오는 5일 서울 성수동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쏘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쏘(삼겹살+소주) 회동은 황 CEO가 이번 방한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일정이다. 전날 방한 기간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구체적인 회동 일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어 "가장 중요한 건 한국에서 치킨도 먹고 삼겹살을 먹는 것일 것"이라며 사석 일정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회동 장소로 지목된 성수동은 최근 젊은 층과 글로벌 브랜드, 첨단 IT·스타트업이 뒤섞이며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상권으로 꼽히는 곳이다. 황 CEO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 장소로 격식 있는 호텔이나 회의장이 아닌 삼겹살집을 택한 것은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황 CEO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행보로 해석된다.

사진=SK하이닉스 X

국내 대기업 문화에서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대중적인 식당 회동은 황 CEO의 전매특허식 네트워킹 전략이다. 황 CEO는 공식 석상의 딱딱한 미팅보다 사석에서 파트너들과 격식 없이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거대한 빅테크의 수장이라기보다 언제든 소통 가능한 '가까운 파트너'로 다가가는 방식이다.

황 CEO의 접근법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가졌던 이른바 '치맥 깐부 회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세 수장은 소맥 타워를 활용해 러브샷을 하는 등 격식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황 CEO는 내친김에 이들을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공식 무대 위까지 불러내 포옹하며 대외적으로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다.

지난 1일에는 대만을 방문한 한국 기업 관계자 100여 명을 자신과 가족들이 즐겨 찾는 단골 식당으로 초대해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만찬을 주최하기도 했다. 전 세계 주요 파트너 가운데 한국 기업 관계자들을 위해서만 별도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테이블마다 한국의 소주와 대만 맥주를 직접 섞어 제조한 소맥(소주+맥주)을 돌리며 정서적 거리감을 단숨에 좁히는 친화력을 발휘했다.

재계에서는 황 CEO의 이 같은 '형·동생'식 밀착 행보를 단순한 친목이 아닌 철저한 실리 전략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 간 직접 소통 채널을 미리 구축해두는 일종의 '오너 핫라인'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공급 계약이나 물량 조정, 품질 이슈 등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 복잡한 공식 절차를 거치기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번 성수동 회동 역시 엄숙한 양복을 벗어던진 자리에서 어떤 대외적 밀착 행보와 실질적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받고 있다.

한편 황 CEO의 한국 공략은 비즈니스 테이블 외에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 홈경기 시구자로 나서는가 하면, 대중적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을 타진하는 등 친근한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K-러브콜'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수주 계약이나 기술 규격 이야기 대신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먼저 드러내면서 한국 대중 전체에게 엔비디아라는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키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풀이된다.

황 CEO가 이토록 한국에 공을 들이는 핵심 이유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한국의 고도화된 제조 인프라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 CEO는 한국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한국은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반도체 칩, D램, 로보틱스, AI 팩토리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반대로 현재 한국 기업들에도 엔비디아와의 관계는 절실하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내 핵심 경쟁력 유지를 위해,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공급망 진입과 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분야의 접점 확대를 위해 엔비디아 동맹이 필수적이다.

협력 범위가 '피지컬 AI'와 '소버린 AI'로 확장되면서 엔비디아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LG그룹은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제조 현장과 로봇, 스마트홈을 연결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소버린 AI 전략의 한국 대표 파트너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치킨 회동 때도 황 CEO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이번 성수동 삼겹살 회동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 기업인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딱딱한 글로벌 빅테크 CEO 이미지보다 한국식 식문화와 농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황 CEO 특유의 방식이 국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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