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6·3재보궐선거 부산 북갑 3파전은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극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사실 선거전 초반만 해도 잠재력과 별개로 실제 당선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맨몸으로 척박한 길을 뚫고 기어이 생환에 성공했다. 선거의 3요소인 인물·구도·이슈 중 최악이었던 구도를 인물론으로 이슈를 만들어 내며 극복했다. 북갑 선거 과정 전반을 통해 그의 도전부터 당선까지의 과정을 짚어봤다.
하나…탄핵으로 냉소 가득했던 보수층 전략적 선택 이끌다
한동훈 후보가 처음 부산 출마를 결정한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 상황은 극도로 좋지 못했다. 보수 재건을 외치며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도전장을 던진 그는 현지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지인'이었다.
더구나 한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표를 연달아 지냈다. 그가 불법 계엄에 적극적인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은 맞지만 중도층의 시선은 그를 윤 전 대통령과 뚜렷하게 분리하지 않는 눈치였다. 강성 보수층의 경우 이미 그를 '배신자'로 규정한 지 오래다.
북갑에서 그가 받아든 대진표의 난이도는 상당했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전재수 의원의 후광 속에 집권여당 후보로 등장했고, 북갑에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의원이 경선을 통과해 제 1야당 후보가 되면서 '진짜 북구사람'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한 후보가 전국적인 인지도와 두터운 팬덤을 가진 거물급 정치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당시는 보수 진영 전체로 볼 때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상태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에 실망한 보수층의 무력감이 팽배해지면서 낮은 투표 의향으로 이어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적극 투표층 내 국민의힘 후보 지지도가 지역마다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흐름이 뚜렷했다.
한 후보는 이러한 흐름을 돌려세웠다. 이 지역 보수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는 실망했을지언정 '여당 후보와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확실한 인물'로 한 후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공천한 박 후보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유권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선거전 막판 '투표에 의한 단일화'로 증명됐다.
둘…'보수 대표주자' 인물 경쟁력으로 최악의 구도 극복
그는 부산에 자리를 잡자마자 그간 본인에게 덧씌워져 있던 엘리트 검사 이미지부터 벗어던졌다. 민심의 눈과 귀가 모이는 구포시장으로 달려가 주민들에게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췄다. 주민들이 건네는 음식을 서슴없이 받아먹고 그들의 손을 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보수 표심을 놓고 경쟁하는 박 후보가 당 지도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물량 공세로 세 과시에 한창일 때 한 후보는 정반대 전략으로 맞섰다. 수행원 한 명을 대동하고 북구 골목골목을 걸으며 주민들과 만났다.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이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모두 물리치고 '나홀로 선거전'에만 매진했다. 취재진을 몰고 다니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언론에 일정을 공개하는 것도 극도로 꺼렸다.
이 같은 전략은 느리지만 분명한 효과를 가져왔다. 국민의힘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하려던 지역의 보수 유권자들에게 친밀감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차기 대권주자를 품고자 하는 민심이 합쳐지면서 그는 '1강 2중'의 구도를 '2강 1중'으로 바꿔낼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한 후보가 가장 잘 한 것은 세 대결로 가지 않고 나홀로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라며 "자신의 결격 사유 중의 하나로 꼽힌 '강남 8학군 슈퍼 엘리트' 이미지를 북구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깨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도 "그 전에는 '지도자 감'이 되는지 우려가 많았지만 본인이 정치 지도자로서 나갈 길을 이번에 보여주고 입증했다"며 "구포시장에 가면 열렬한 박수가 나올 정도의 그런 대중 정치인은 국민의힘에서 드물다"고 그의 인물 경쟁력을 강조했다.
셋…상승세 '밴드 웨건' 효과, 관망하던 민심까지 투표장으로
선거전 막판 한 후보는 하 후보와의 일 대 일 구도를 만들면서 보수층에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인식의 확산은 막바지로 갈수록 강력한 표 쏠림 현상으로 이어졌다. 같은 보수 후보인 박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심은 그대로 한 후보에게로 향했다.
결국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앞두고 40%대 안팎으로 치고 올라가며 1위를 마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관망하던 유권자들 사이에서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퍼져 나간 배경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투표에 소극적이었던 유권자들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 결과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적극 투표층에서 한 후보가 하 후보를 추월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상승세에 올라탄 후보에게 표를 보태려는 심리는 실제 투표로도 이어졌다.
결국 선거 당일 한 후보는 3만5056표(42.96%)를 얻어 3만3664표(41.26%)를 받은 하 후보를 1392표차로 꺾고 당선될 수 있었다. 박 후보는 1만2866표(15.76%)에 그쳤다. 여당 후보를 40%선에서 묶어두고 같은 보수 진영 후보를 15%로 억제함으로써 완성되는 승리 공식이 실현된 것이다.
바람을 일으켜 당선까지 이른 그는 여세를 몰아 보수 재건을 위한 움직임에 발 빠르게 나서는 모습이다. 한 후보는 당선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장동혁 대표를 위시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보수 정당이 가져온 품격이나 실력에 맞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내 입성에 성공한 만큼 이제는 여야 지도부와 이재명 정권을 겨냥해 공세를 취하면서 보수의 대안이라는 점을 어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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