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원유 재고가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 재고는 전주 대비 1060만 배럴 감소한 15억7000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고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원유 수출 확대가 꼽힌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공급했으며,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중동산 원유 공급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수출을 크게 늘렸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미국의 원유 수출은 급증했다. 미국의 일일 원유 수출량은 최근 580만 배럴까지 늘어나 일부 산유국 생산량을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한때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 기대감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협상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국제 원유시장의 기준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배럴당 97달러와 9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특히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장기간 봉쇄될 경우 공급 차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의 마지막 공급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재고 감소가 지속될 경우 그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 약 5000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했으며 추가 방출도 승인한 상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분쟁이 종료되면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 재고가 추가로 감소할 경우 수출 확대가 어려워지고, 결국 국제 원유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생산 능력과 정제 시설이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재고가 위험 수준까지 낮아질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제 원유 시장은 미국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중동 정세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유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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