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택스리펀 됩니다"…K-뷰티 열풍에 달라진 '약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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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택스리펀 됩니다"…K-뷰티 열풍에 달라진 '약국' 풍경

르데스크 2026-06-04 20:00: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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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부는 K-뷰티 열풍이 약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국의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뷰티 제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대형 약국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폭넓은 상품 구성, 편리한 쇼핑 환경이 맞물리며 약국이 K-뷰티 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약국 소비 증가세는 대형 약국을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요즘, 한국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의 약국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96.8%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대만 관광객의 의료·약국 소비 증가율이 1031%에 달했으며 일본(182%), 중국(142%) 등 인접 국가 관광객들의 소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일반 약국보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등을 대량 진열하는 '창고형 약국'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창고형 약국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약 4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넓은 공간에 수천 종의 상품을 진열하고 대형마트 형태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NS에서도 이러한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지난 4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용산 전자상가 인근에 위치한 창곡형 약국인 '메디킹덤약국'을 방문한 후기가 다수 올라왔다. 한 영상은 조회수 약 11만회를 기록했으며, 또 다른 게시물 역시 6만3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게시물에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추천 상품 목록이 공유됐다. SNS에는 '한국에서 꼭 사야 할 약국템', 'K-약국 쇼핑리스트' 등의 콘텐츠도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 창고형 약국에서는 감기약부터 영양제까지 다양한 의약품과 건강관리 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용산에 있는 창고형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상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르데스크

 

 

 

기자가 4일 용산역 인근의 한 창고형 약국을 찾았을 당시 평일 낮 시간임에도 매장 곳곳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외국인들의 비중은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듯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건강기능식품과 피부 관리 제품, 의약외품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특히 상당수 관광객들은 SNS를 통해 미리 구매 목록을 준비한 뒤 방문하는 모습이었다. 상품 위치를 찾지 못한 관광객들은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의했고 직원들은 번역 애플리케이션과 간단한 외국어 응대를 활용해 상품 위치와 특징을 설명했다.

 

창고형 약국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에는 약사가 상주하는 안내 데스크가 마련돼 있었고 일부 직원들은 중국어와 영어 등 외국어 응대도 이뤄졌다. 외국어가 어려운 경우에는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고객 응대를 진행했다. 또한 매장 입구와 내부 곳곳에는 'Tax Refund(세금 환급)' 안내 문구가 배치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약국을 방문한 중국인 메이(37·여) 씨는 "명동이나 홍대의 일반 약국과 비교하면 상품 종류가 훨씬 많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며 "최근 친척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이곳을 관광 코스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수술 후 회복을 돕는 PDRN 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고 세금 환급도 가능해 자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인 관광객 와타나베(61·여) 씨는 "한국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대형 약국 방문을 일정에 포함했다"며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니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명한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 외국인 관광객들은 직원에게 상품 정보를 물어보며 본인 기호에 맞는 상품을 소비하고 있었다. 사진은 직원이 번역 앱을 통해 화장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르데스크

 

또 다른 일본인 관광객 우에노(51·여) 씨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뷰티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대형 약국을 찾기 어렵다"며 "매장이 워낙 커서 처음에는 원하는 상품을 찾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외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 변화와 관광 인프라 개선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했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과거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품이나 면세점 쇼핑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인의 일상 소비 문화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약국은 한국인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생활 공간이라는 점에서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소비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언어 지원과 생활형 관광 인프라 구축이 다소 부족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창고형 약국처럼 외국인 친화적인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은 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인프라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정 교수는 "앞으로는 지방 도시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국어 안내 시스템과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AI 번역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지역 단위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편의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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