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줄여야 한다” 4년 전 쓰여진 선관위 보고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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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줄여야 한다” 4년 전 쓰여진 선관위 보고서 내용

위키트리 2026-06-04 18:1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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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본투표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준비 과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4년 전 중앙선관위 의뢰로 작성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에서 투표용지 인쇄량 축소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선관위가 비용 절감과 행정 효율성을 우선시하다가 결국 이번 사태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행정연구원은 2022년 중앙선관위 정책연구용역 사업의 일환으로 '선거절차사무 개선방안 최종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에는 선관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본투표용 투표용지 인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대통령선거의 경우 선거인 수의 70% 정도만 투표용지를 인쇄했고, 지방선거는 통상 투표율이 더 낮아 60% 수준만 인쇄했다"며 "이처럼 축소 인쇄를 했음에도 폐기되는 투표용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이어 "선거별 투표율과 사전투표율 등을 고려해 선거일 투표에 사용하는 투표용지 인쇄량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실제 적용된 선관위 운영 방식과도 일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각 시·군·구 선관위가 지역 상황에 맞춰 투표용지 인쇄량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최소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은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서울 송파구선관위가 이 최소 기준에 맞춰 투표용지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송파구선관위는 전체 유권자의 약 50% 수준에 해당하는 물량만 확보했는데, 예상보다 높은 투표 참여가 이어지면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로 선거 당일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해 문정동과 가락동, 위례동 일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고,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 종료 시간을 당초 오후 6시에서 밤 10시까지 연장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확산하자 중앙선관위는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단순히 투표율 예측 실패로만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선거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그럼에도 충분한 여유분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투표권 보장"이라며 "선거 사무는 비용 절감이 목적이 될 수 없다. 예산이나 효율성만 고려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선관위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방식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특히 투표용지 인쇄량을 지역 선관위 자율 판단에 맡기는 현행 방식이 적절한지, 예상 투표율 산정 기준은 합리적인지, 비상 상황에 대비한 추가 물량 확보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현재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선거 당일 실제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긴 줄을 서고도 투표용지를 받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는 사례까지 잇따르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국민의 참정권 보장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현장 혼란을 넘어 선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선관위가 왜 최소 수준의 물량만 준비했는지, 과거부터 제기됐던 인쇄량 축소 기조가 실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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