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포르투갈에 밀려…"국제사회 불신임 받아들여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원조국인 독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 투표에서 오스트리아·포르투갈·키르기스스탄·짐바브웨·트리니다드토바고가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두 자리가 배정된 서유럽·기타그룹(WEOG) 투표에서 독일은 104표로 오스트리아(134표)와 포르투갈(131표)에 밀려 낙선했다. 독일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했고 투표에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일주일간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선거전을 펼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못마땅히 여긴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낙선 캠페인을 벌였다며 패배를 러시아 탓으로 돌렸다.
나치 과거사에 대한 반성으로 이스라엘을 거의 무조건 편들다가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을 밀어내고 선출된 포르투갈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했고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이다.
바데풀 장관도 "중동 분쟁과 관련해 항상 이스라엘에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 표를 잃게 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은 세계 3위 경제 규모와 지난해 기준 세계 1위인 공적개발원조 등을 내세워 자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자주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1990년 통일 이후 꼬박꼬박 8년 주기로 비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했다. 1946년 유엔 안보리 창설 이래 이사국을 한 번도 못 한 나라가 50개국을 넘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국제무대에서 경제력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민생은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외무총리'라는 비아냥도 받는다. 이네스 슈베르트너 좌파당 공동대표는 "독일은 가자지구와 베네수엘라, 이란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을 때 침묵했다"며 "일명 외무총리 메르츠의 참패"라고 꼬집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외무장관과 총리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국제사회의 불신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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