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3일 치러진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하며 지방 권력의 수적 우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서울시장과 일부 재보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 패배했다.
이는 민심이 어느 한쪽에 권력을 몰아주지 않고 균형을 택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상당수 국민은 집권 2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안정론'에 힘을 실어주었으나 '견제 심리' 역시 만만치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집권 2년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향후 정국 운영에 반영하느냐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도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수치상으로는 승리했지만 핵심 지역인 서울 탈환에 실패했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 의석수가 줄어드는 등 '미완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며 당권 경쟁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쇄신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보수 진영 대권 후보로 평가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과 한동훈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이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정동력 유지 속 견제심리도 확인…개각·검찰개혁 등 李대통령 정국구상 주목
李 "국민 뜻 겸허히 받들 것…새로 선출된 지방 정부와 적극 협력"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6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승리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5곳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검찰·사법·언론개혁 등 개혁입법 드라이브와 주식시장 활황 등 이재명 정부의 성과에 대해 민심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국정 지원론'이 다수 민심이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난 1년간의 국정에 합격점을 받았다는 자신감을 갖고 2년 차 국정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임기 2년 차부터는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더 크게 만들고, 더 속도를 높이고, 더 폭을 넓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대전환과 로봇·방위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지역균형발전과 양극화 완화 등 주요 전략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하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권 견제' 민심이 확인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정국 운영에 고민의 지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당장 이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도입 등의 부동산 정책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선거 후 본격화될 예정인 검찰 보완수사권 논의,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논의 등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민감한 이슈를 어떻게 다루느냐도 과제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는 끝났다. 당선된 분들에 축하를 드리고, 아쉬운 결과를 안게 된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지방선거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소속 정당의 여부와 관계 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로 취임 1주년이 됐다. 이제부터 국민주권 정부 2년차 임기가 시작된 것"이라며 "모든 국민의 마음을 모아 국민 삶의 진전과 대한민국 발전에 온 힘을 쏟겠다. 공직자들도 신발 끈을 다시 한번 단단히 묶고 국정 속도 배가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일단 김민석 국무총리가 조만간 사의를 표할 것으로 보여 차기 총리를 비롯한 2기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민심을 향한 하나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후임 총리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물망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국민께 감사…서울 탈환 못해 아파"…당내 정청래 책임론 부상
민주, 김민석-정청래-송영길 차기 당권 경쟁 본격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승리했지만 아쉽다는 반응이다.
정청래 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현명한 선택에 감사드리고 존중한다"며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했다.
전반적인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12·3 비상계엄과 내란 시도를 막아내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이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들의 따듯한 격려와 응원, 따끔한 경고와 질책은 전부 다 겸손하고 겸허하게 받들겠다"며 "더 좋은 민주당, 더 큰 민주당이 되는 성찰의 길에 귀한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했다.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을 만나 "서울시장, 경남지사, 대구시장선거도 이겼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아쉬움이 있다고 해서 승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승리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지도부의 선거 전략이 이재명 정부 지지율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가지 못했다. 당 대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선거의 모든 책임은 지도부가 지는 것"이라면서도 "당의 일치된 캠페인을 때로는 방해했던 여러 이야기가 있다. 그게 선거를 어렵게 한 측면도 있었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일축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여론을 고려해 정부·여당은 좀 더 낮은 자세로 집권 2년차 민생·개혁 입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나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안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 구성 협상에서도 당초 당 일각에서 거론됐던 '상임위원회 독식'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국민의힘과의 협치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한병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중동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민생 경제 입법이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민생을 위해서라면 야당과 협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당내 권력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르면 8월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을 예정이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도 출마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는 전북지사 선거 승리와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가 선전한 점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연임 명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부산·경남·경북 등 격전지 패배는 당내 비당권파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송영길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 대표 책임론을 직접 언급했고, 일부 의원들도 "서울시장 석패로 완승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총리는 조만간 사의를 공식화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전 대표 역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며 "민심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친명 대 친청' 계파 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만큼, 당내 권력 지형을 좌우할 치열한 세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패배 후폭풍…장동혁 대표 책임론 확산
장동혁 "제 막중한 책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새 길 찾겠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재보궐선거 선전과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를 들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내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모든 상황이 어려웠던 이번 선거였지만,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며 "저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오만하고 무도한 이재명과 민주당에 맞서서 국민의 삶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일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 함께 싸워 달라. 당원 동지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말아 달라. 다시 한번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대정부 투쟁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장 대표가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무소속으로 부산에서 승리한 한동훈 전 대표, 서울시장 선거에서 장 대표 체제를 비판했던 오세훈 시장 등이 당내 반(反)장동혁 구심점으로 부상하면서 지도부를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비당권파 유의동 당선인은 "지도부가 민심과 얼마나 멀어져 있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제 장동혁 체제는 국민이 내린 정치적 파산선고를 수용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썼다.
박정훈 의원은 "지도부가 어떤 판단할지는 본인들이 숙고할 거라고 본다"면서 "우리 당이 사랑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이번 지방선거가 변곡점이 돼야 한다. 의원들의 생각도 같을 거라고 본다"며 지도부를 겨냥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은 "절대적인 숫자를 보면 패배했다는 게 맞지만, 선거를 시작했던 그 시점에는 지하를 뚫고 가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사 만든 한동훈, 보수재편 주도하나
이번 선거에서 보수진영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나란히 중앙 정치 무대에 생환하면서 보수 재건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동훈 당선인은 선거 결과 뿐 아니라 과정을 통해서도 자신의 정치적 서사를 충실히 다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택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맞대결에서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개인 역량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부산 북구 바닥을 단신으로 누비며 민심을 사로잡은 점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이미 한 당선인의 복당은 물론, 그를 중심으로 한 당내 권력구조 재편을 꾀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배현진 의원은 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을 보수의 한 바다로 보내주신 부산 북구 주민들께 감사드린다"며 "건전하고 유능한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고 말했다.
친한계인 진종오 의원도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의 당선은 이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힘에 보내는 국민의 마지막 경고이자 기회"라며 "더 이상 당내 보수 재건을 요구하는 쇄신의 목소리를 내부 총질로 폄하하고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장 대표 체제에서 한동훈 당선인이 제명됐을 때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후보 등록도 두 번이나 미루며 당의 '절윤' 선언문을 끌어낸 바 있다.
이후에도 줄곧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촉구했으며 선거운동 기간에도 철저하게 독자 행보를 보였다. 특히 당내 현역 의원 없이 개혁 보수의 상징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유세를 다니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함께 청년들을 만나며 중도층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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