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4년 만에 두 자릿수 당선을 기록하며 판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승패와 무관하게 이번 선거는 ‘역대 최악’이라는 낙인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에서는 경선 불복과 맞고발이 난무했고, 보수 후보들은 혐오 마케팅과 극우 선명성 경쟁으로 교육 현안을 철저히 뒷전으로 밀어냈다. 백년대계를 논해야 할 자리에서 교육은 끝내 실종됐다.
◇‘진보 교육감 시대’ 귀환…거세질 교육 개혁 드라이브
사분오열된 선거판에서 표심의 최종 선택은 진보 진영의 판정승이었다. 서울·경기·인천·부산·울산·제주 등 10개 지역을 석권하며 4년 만에 두 자릿수 당선을 기록했다.
가장 극적인 이변은 경기도에서 나왔다. 안민석 후보가 현직 임태희 교육감을 누르고 진보 교육감 자리를 탈환했고, 초대 전남광주 통합교육감도 김대중 후보가 차지하며 호남 거점을 공고히 했다. 당선자 중 최소 6명이 전교조 출신으로, 교육 정책의 나침반이 어디를 향할지 예고하는 대목이다.
진보 진영의 득세로 현 정부 교육 기조와의 충돌이 불가피한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우선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민주시민교육 및 헌법·선거 교육이 일선 학교에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나, 보수 진영이 “교실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어 극심한 정쟁이 예고된다.
보수 진영이 교권 추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폐지를 압박했던 학생인권조례는 진보 교육감 연대를 통해 유지·강화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진보 후보들이 공동 공약으로 내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과 “내신·수능의 절대평가 체제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교육부와의 대치 전선이 가파르게 형성될 전망이다.
◇경선 불복이 ‘상수’ 돼…정책 실종, 혐오와 극우 선명성 경쟁만 남아
서울에서는 8명이 난립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진영을 불문하고 경선 결과에 불복한 채 독자 노선을 고집하는 후보들이 속출한 탓이다.
보수 진영의 내홍은 파국에 가까웠다. 윤호상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됐으나 류수노 후보가 반발하며 출마를 강행했고, 단일화 기구에 애초 참여하지 않았던 조전혁 후보도 윤 후보 선출 직후 출사표를 던졌다. 조 후보는 류 후보와의 양자 단일화에서 패하자 후보 등록 포기와 선대위원장직 수락을 합의했다가, 하루 만에 여론조사 문항 변경을 명분으로 승복을 번복했다. 두 후보는 결국 서로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맞고발하며 사법 리스크의 늪으로 걸어 들어갔다.
진보 진영의 내홍도 이에 못지않았다. 정근식 당선인이 단일 후보로 추대됐음에도 한만중 후보가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독자 행보를 강행했고, 양측의 맞고발 공방이 선거 내내 이어졌다.
정책 공백의 자리를 채운 것은 혐오와 극우 선명성 경쟁이었다.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을 내세운 조전혁 후보는 방송 토론회에서 “교육감이 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라고 발언했다. 윤호상 후보 역시 전광훈 목사를 찾아가 안수기도를 받은 뒤 “정통 보수 교육 가치 수호를 위한 폭넓은 의견 교환”을 나눴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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