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내년도 임금협상 합의안이 도출된 뒤에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의안에 대한 내부의 불만에 '정부의 압박'때문으로 해명하는가 하면 DX부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정부에서 파업으로 가면 30분 내로 직권중재가 될 것이고 영업이익을 반영한 조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실제 파업 카드를 접고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수용한 배경에 정부의 긴급조정 가능성이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 위원장은 적자 사업부 성과급 적용 유예와 관련해서도 "1년 유예가 공동투쟁본부에서 마지노선이라는 결론으로 잠정합의했다"고 했다. 이어 "저도 잠정합의안에 대해서 더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부분도 하루 내에 가능하냐고 요청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은 합의안에 대한 내부 반발을 의식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DS 부문에는 영업이익 연동형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됐지만 DX 부문과 일부 조직에는 제한적 보상안이 적용되면서 노조 내부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더 강한 요구안을 관철하지 못한 배경으로 정부 개입 가능성과 공동투쟁본부 판단을 든 셈이다.
다만 최 위원장이 쓴 '직권중재' 표현은 정부가 긴급조정을 통해 파업을 멈추게 하고 이후 중노위 중재회부까지 갈 수 있었음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필수공익사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직권중재 제도는 폐지됐지만 긴급조정 이후 중노위의 중재회부 절차는 현행법상 남아 있다.
최 위원장은 내부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이렇게 진행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이야기들은 스태프 해단식에서 추가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합의안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내부 문제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DS와 DX 갈등을 대하는 태도도 논란이다. 최 위원장은 합의안 통과 이후 DS와 DX를 분리해 교섭하는 방안과 DS 5명·DX 3명 체제의 집행부 구성을 언급했다. 사업부별 이해를 반영하겠다는 명분이지만 DS 중심 성과는 지키고 DX 반발은 별도 트랙으로 떼어내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DS와 DX의 임직원 비율은 약 6대 4다. 그러나 5대 3 체제는 DS 비중이 62.5%로 올라간다. 집행부 전체 규모를 줄이면서 DX 몫을 3명으로 제한하면 의사결정 영향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균형안이라기보다 DS 우위의 고정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이유다.
최 위원장은 "조직 그리고 사업부별 의견 소통이 가능하도록 스태프분들을 토대로 마련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미 DS와 DX의 선 긋기를 꺼낸 뒤 DX 측 반발이 나오자 따로 가겠다는 취지로 대응한 것은 통합 리더십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노조위원장이 오히려 갈등 구조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는 17일 예정된 재신임 총회도 변수다. 최 위원장은 조합원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재신임 절차가 책임을 묻는 장치인지 위원장직을 이어가기 위한 정치적 절차인지 엇갈린 시선이 나온다. DS와 DX 이해가 갈라진 상황에서 DS 중심 지지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재확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 위원장이 "2027년부터는 대의원도 구성해 조직적으로 강하게 만들겠다"고 밝힌 점도 사후 수습 성격이 짙다. 그동안 삼성전자 노조 운영 구조를 두고 대의원회 등 내부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제기돼 왔다. 대의원제 도입 방침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도입 시점을 내년으로 설정해 당장 이번 합의안 책임론과 재신임 국면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 압박이 있었다고 해도 합의 책임은 노조 지도부에 있다"며 "DS와 DX를 나누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불만을 분산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내부 노조를 더 갈라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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