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둘러싼 고소·고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거사범 수사 체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검사의 보완수사 권한까지 사라질 경우 선거사건 처리에 적지 않은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는 4일 예비 후보자 등록일인 지난 2월 3일부터 전국 279개 경찰관서에 수사전담반 2096명을 편성해 선거범죄를 단속한 결과 총 2549건, 4191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265명을 송치했고 3394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나머지 532명은 불송치 또는 불입건 종결 등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구속 인원은 8명이다.
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허위·가짜뉴스 유포 등 흑색선전이 1365명(32.5%)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금품수수 1050명(25.0%), 현수막·벽보 훼손 311명(7.4%), 사전선거운동 270명(6.4%), 선거폭력 210명(5.0%) 순이었다.
또한 국수본은 이날부터 오는 10월 2일까지 4개월 동안 ‘선거 사건 집중 수사 기간’으로 지정하고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선거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선거범죄는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신속한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경찰도 집중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범죄의 경우,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당선자의 직무 수행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속한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사건 수가 급증하는 데다 허위사실 공표, 금품 제공, 여론조작, 딥페이크 등 범죄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수사기관이 제한된 시간 안에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선거범죄 수사는 경찰·검찰·선거관리위원회가 긴밀히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경찰이 1차 수사를 담당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이 보완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을 맡는 순서였다. 조직적인 선거범죄나 현직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연루 사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론조작 등 중대 사건의 경우에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선거범죄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12월 3일 만료되는 가운데, 그보다 두 달 앞선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체제로 개편될 예정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이 맞물리면서 선거사건 수사·기소 과정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선거범죄는 중수청의 직접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선거사건을 담당할 인력 감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인력이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선거범죄 수사와 공소 유지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선거범죄 사건의 상당수가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오는 10~11월에 집중 처리되는 점을 미뤄봤을 때 조직 개편 시기와 맞물려 수사와 기소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될 경우 사건 처리에 차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 다시 경찰에 수사를 요구해야 하는데, 공소시효가 짧은 선거사건의 특성상 범죄 수사가 더욱 부실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선거사범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수사 결과를 보면 검찰은 선거 관련 사건으로 총 2925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91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구속기소된 인원은 10명이었다. 입건 인원은 제20대 대선보다 46.2% 증가했고 제19대 대선과 비교하면 233.1% 늘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수사 인력은 한정돼 있어 짧은 공소시효 안에 범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거나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된 혐의가 시효 만료로 인해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선거사범 기소율은 31.4%로 파악됐다. 이는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기소율 58.3%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낮아진 수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선거범죄의 증가와 수사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선거사건 처리 역량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명예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검찰과 경찰이 비교적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사건을 처리해 큰 문제가 없었지만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축소된 이후 전반적인 수사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선거사건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법리적으로 복잡한 경우가 많아 그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수사가 늦어지면 검찰 역시 충분한 검토 없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고 결국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현재는 보완수사권 행사에도 제약이 있는 만큼 선거사건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 교수는 “선거범죄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과 경찰 간 협력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거사건에 한해서라도 수사·기소기관 간 긴밀한 협업 구조를 마련하고 그 체계가 공소청 체제로도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운영 방안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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