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AI 인프라 시장의 새 주도권을 노린다는 구상이 나왔다. 이성훈 비트플래닛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BitcoinSeoul 2026'에서 'AI 시대의 디지털 에셋 트레저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의 축은 비트코인 가격 전망이 아니었다. 전력과 데이터센터, GPU 인프라를 먼저 쥔 기업이 새 자산 질서를 잡는다는 진단에 집중됐다.
▲ "추론이 80%"···24시간 전력이 승부 갈라
이 대표는 AI 산업이 학습 위주에서 추론 중심으로 옮겨갔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AI 연산력에서 추론이 차지하는 비중을 80~90%로 제시했다. 2030년에는 추론이 AI 데이터센터의 지배적 워크로드가 된다는 전망도 담겼다. 학습은 한 번에 끝나지만 추론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핵심이 모델에서 전력·부지·계통 연계 능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 대표는 전력과 컴퓨트를 비용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규정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전력 연계에 5~7년을 들이는 사이, 비트코인 채굴 사업자는 이미 전력 자산과 계통 접속 기반을 쥐고 있어 AI 인프라 시장 진입이 빠르다는 논리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전력 인수합병 규모는 1419억달러까지 늘었으며, 올해 AI 설비투자 전망치는 1100조원 수준이다.
▲ 채굴장이 AI센터로···남는 전력은 비트코인으로
이 대표는 비트플래닛의 사업 구조로 △ 전력 확보 △ AI 데이터센터 운영 △ 비트코인 채굴 및 축적을 제시했다. 전력이 남을 때는 채굴에 투입하고, AI 연산 수요가 늘 때는 데이터센터 운영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연결도 발표 전체의 핵심 줄기 가운데 하나였다. 채굴과 AI는 별개 사업이 아니라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동률과 수익 구조를 달리하는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이성훈 대표는 비트코인 채굴을 전력망의 ‘유연한 부하’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부하 차단 0.25%만으로 미국 피크 수요 10%에 해당하는 76GW를 통합할 수 있다는 연구 수치도 함께 제시됐다.
이 같은 구상은 비트플래닛이 외부에 밝혀온 사업 계획과도 이어진다. 이성훈 대표는 앞서 "비트플래닛을 단순한 비트코인 매입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비트코인 채굴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사업에서 나온 현금흐름으로 비트코인을 추가 취득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지난 2월 기준 비트플래닛 보유 비트코인은 300개이며, 장기 목표로 1만개 보유를 제시한 바 있다. 강연 내용이 일회성 메시지가 아니라 기존 사업 방향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 현금은 사업서, 저장은 비트코인으로
강연 후반부에서 이 대표는 ‘운영형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 모델을 설명했다. 에너지·연산 인프라에서 현금흐름을 만들고, 그 성과를 비트코인으로 저장하는 구조다. 이성훈 대표는 비트코인 총공급량이 2100만개에 묶여 있고 이미 90% 이상 발행됐다는 점을 명시했다. 국가부채 확대와 통화가치 훼손 국면에서 비트코인을 재무 전략의 저장 수단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체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컴퓨트 접근권을 공급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AI 인프라를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로 두지 않겠다는 취지다.
비트플래닛은 이 모델을 해외 무대에서도 공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6’ 행사에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한 연사로 참여해 채굴과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운영형 디지털 자산 모델을 발표했다. 이날 강연은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으며 강연은 비트코인과 AI를 별개의 산업으로 나누기보다, 전력과 인프라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묶어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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