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잠수함 건조 승인ㆍ핵 연료조달은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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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핵잠수함 건조 승인ㆍ핵 연료조달은 협의

한스경제 2026-06-04 16:30:19 신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보고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보고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극비리에 추진돼 온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 사업이 본격화됐다.

한미 정상회담 후 보름 뒤인 작년 11월 중순, 관세와 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한미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 시트)가 발표됐다. 이 공동설명자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고 핵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한 후속 사항을 양국이 추후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대미 투자 지연과 이란 전쟁으로 미뤄졌던 후속 협의가 정상 합의 8개월 만인 지난 2일 처음 열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잠 개발 기본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 총 사업비 20조 이상 추정...국내 건조 명시

‘장보고 N사업’으로 명명된 핵잠 도입 사업은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및 2030년대 후반 이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핵잠의 개발·건조·해체까지 수행할 방침이다. 총 사업규모는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안 장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 모델(Next generation)로 △핵추진(Nuclear powered) 방식을 적용하고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을 집약한 한국형 핵잠을 구축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우리가 개발하는 핵잠은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를 운용하는 핵잠(SSN)”이라며 “잠수함의 작전 지속능력과 생존성을 향상시켜 해양 안보 역량을 강화해 현재보다 한 차원 높은 대북 억제력을 갖추는 데 있으며 핵무기 보유·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 조선·원자력 기술·연료 확보 유기적 결합...선결 조건

핵잠은 추진 동력이 원자력(핵에너지)에서 나오는 전략 자산이다. 원자로의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선체를 크게 만들 수 있고 디젤 잠수함보다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다. 핵잠은 단순히 잠수함 선체만 건조하는 사업이 아니다. 원자력 기술과 핵연료 확보, 조선산업, 방산산업, 소재·부품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 복합 국가시스템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소형 원자로 설계·운용 능력과 기존 디젤 잠수함 건조 기술 등을 결합하면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국내 해양방산 양강 중 한 축인 HD현대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자력 추진 선박 기술과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 수행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테라파워로부터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RES) 핵심 설비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잠수함 건조 경험과 방산·에너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1990년대 209급 잠수함부터 현재까지 23척의 잠수함을 수주해 9척에 그친 HD현대중공업에 비해 건조 실적이 많은 것도 경쟁우위 요소로 꼽힌다. 개발·건조의 전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다는 정부의 뜻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언급한 ‘미국 내 핵잠 건조’로 결정될 경우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해군의 주력 핵추진 잠수함인 버지니아급(7800톤) '하이먼 릭오버'호(SSN 795)./미 해군
미 해군의 주력 핵추진 잠수함인 버지니아급(7800톤) '하이먼 릭오버'호(SSN 795)./미 해군

기술력은 현실 가능성을 충족하지만 △핵연료 조달 △사업 정책과 직결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미국과의 협상 과제(외교) 측면에선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핵연료와 관련한 대표적인 오해가 ‘고농축 핵연료를 쓰면 더 강하고 빠르다’는 인식이다. 일각에서 핵잠은 고농축우라늄이 필수라고 주장하지만 비핵무기국가인 한국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면 기술적 장점과 함께 외교적 부담, 국제적 신뢰 훼손을 감수해야만 한다.

방산 전문가는 “한국 핵잠의 출발점은 국제규범 준수와 신뢰 축적”이라며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 기반 원자로만으로도 (핵잠 도입 목적인) 작전 지속성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핵잠의 가장 큰 장점은 ‘비확산 친화성’”이라며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낮아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핵잠 보유를) 수용하기 용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리하에 비교적 투명한 연료주기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핵연료 조달·범정부 컨트롤타워·외교 성공 좌우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아 동일한 출력을 확보·유지하기 위해선 원자로를 더 크게 설계하고 10∼15년 주기로 연료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주요 핵잠 보유국들은 대부분 국가 차원의 국책사업 형태로 도입을 추진했다.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중국 모두 국가 리더십 최상위 단계의 통합지휘체계 아래 국가 역량을 총동원했다. 반면 해군 중심의 제한적 사업을 추진했던 인도는 원자로 개발, 조선기술, 안전체계, 핵연료 관리, 부처 간 조정에서 연속적으로 사업의 지연·혼선을 답습했다.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장보고 N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대통령 직속의 ‘핵추진잠수함 사업단’(가칭)의 설치”라며 “이 조직은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외교·안보·산업·예산·과학기술·안전 규제를 유기적으로 통합 조정할 수 있어야 순조로운 핵잠 도입 및 운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과의 협상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핵잠에 사용할 핵연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원자력법에 따라 양국 간 별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그간 한국은 저농축우라늄을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도입해 왔는데 ‘함정 추진용 핵물질’은 별도 협의가 필요하단 설명이다.

이 밖에도 핵잠의 건조 장소를 놓고 미국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작년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기에서 SNS를 통해 한국 핵잠의 건조 장소로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지목한 바 있다.

중국의 반발·견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한다고 발표한 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를 희망하며 그 반대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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