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처음
"쏠림 때 즉시 조치" 구윤철 장관 구두개입
하나증권 "원·달러 환율 하반기 1400원대 전망"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통화별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을 둘러싼 낙관론이 희미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선을 넘어서며 출발했다. 이후 외환당국의 즉각적인 구두개입이 이뤄지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1530원대 턱밑에서 거래를 마무리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급등한 1530.0원에 장을 열었다. 환율이 1530원을 웃돌며 개장한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10일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장중 1530원을 돌파한 것도 이란 전쟁이 격화됐던 지난 3월 31일 이후 두 달 만이다.
장 초반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은 즉각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내놓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당국의 구두개입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장중 1520원대 초반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며 전날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정부부처와 한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도 불구하고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코스피 급등에 따른 외국인들의 자산 비중 조정(리밸런싱) 및 차익 실현 물량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핵심 수급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민혁 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 지표 호조와 중동 불안으로 역외 환율이 급등했다"며 "당국의 미세조정 경계감에 상승폭은 줄겠지만 고유가와 엔화 약세 부담이 환율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원화는 이란의 쿠웨이트 공항 공격 등 중동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주요국 통화 중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는 유가 급등 여파로 지난 5월 한 달간 미 달러 대비 1.8% 절하돼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약세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4% 추가 절하됐다. 전쟁 발발 이후 누적 절하 폭은 5.8%로 주요국 중 가장 크며,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Z-스코어는 -2.3까지 떨어져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과도한 절하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려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외국인 자금 유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미 금리차 역전 폭이 기존 125bp에서 75bp 내외로 축소될 전망이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 확대 등 안정 요인이 존재해 하반기 점진적 하락 기조는 유효하지만, 결국 유가가 안정되고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잦아들어야 환율 상승 압력이 근본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0조원 가까이 순매도했으나 주가 상승으로 보유액은 2918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로, 미국 연방 세법상 적격투자회사(RIC) 지위 유지를 위한 단일 종목 보유 한도(25% 미만) 등의 이슈로 리밸런싱 매도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하반기 재부각될 미국의 관세 장벽과 국내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 기조도 환율 하단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 노동 상품 수입 차단 조치와 관련해 한국, 중국, 일본 등 법적 장치가 부족한 국가의 제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현재 글로벌 관세가 만료되는 오는 7월 24일을 전후해 신규 조치가 발효될 위험이 있다. 또한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의 시설 투자 확대와 대미투자특별법 통과에 따른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오는 18일 출범 등으로 국내 달러 공급 유인이 줄어들고 있어, 하나증권은 하반기 환율 하락 폭이 제한되며 1400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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