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일부 투표소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여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질책에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고 입장을 낸 반면, 국민의힘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명확한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으로서는 이재명정부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사무총장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는 모양새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해당 이슈를 선관위원장 사퇴나 국정조사 카드까지 언급하는 등 최대한 확대하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4일 오전, 조승래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관위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무총장의 거취까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선거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흐지부지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투표 차질로 인한 개표 중단 및 재투표를 주장한 부분에 대해선 “선거에 불리할 것 같으니 개표 중단과 재투표를 요구하고는, 막상 유리한 국면으로 개표가 진행되니 그 문제를 슬쩍 흐려버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저급 정치는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노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보윤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논평을 통해 “국가 헌법기관이 초래한 중대한 선거 관리 실패이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투표 제도의 근본을 훼손한 폭거”라며 “노태악 위원장을 비롯한 부실 선거 관리 책임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최 단장은 “국민의힘은 고발을 포함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 국회 차원의 철저한 국정조사와 진상규명을 즉각 가동해 선거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고,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야기한 선관위의 직무 유기를 명백히 밝혀 그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일, 주진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태악 위원장과 허 사무총장의 직무 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를 고발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적었다. 주 의원은 “투표지가 없어 투표를 못하거나 포기한 것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어떻게 대한민국 선거 관리가 아프리카 독재 국가 수준으로 전락했느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선관위 직원 아들, 딸 특혜 채용하고 선거 때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이 집중될 때부터 예견된 참사였다”는 그는 “선관위는 국민 입틀막해 왔다. 선관위의 오만에 민주주의가 상실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4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 기관은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 과정에서 조금의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주민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 기관은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게 있으면 명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담당 관계자들이 받게 될 혐의는 크게 ▲형법 제122조(직무유기죄)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죄) ▲공직선거법 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무유기죄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핵심이 될 것으로 거론되는 혐의로, 선관위 공무원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거 관리라는 본연의 국가적 직무를 거부했거나 유기했는지다. 단 단순히 일을 못하거나 과실이 있는 수준이 아닌 ‘고의적으로 직무를 저버렸는지’의 여부가 성립 요건인 만큼 판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직권남용죄는 선관위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유권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경우 적용되는데, 이 역시 관건은 직권의 정당한 행사를 벗어난 남용인지, 아니면 예산 절감 등의 행정 편의에 따른 오판인지의 여부다. 다만 법조계에선 행정적 과실에 가깝지 않겠냐는 해석이 중론인 만큼 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 공직선거법 위반도 ‘위계나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응로 유권자의 투표 자유를 방해했다’는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하므로 위법 적용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선관위가 유례없는 사태를 일으키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안일한 행정 오판이 부른 행정 참사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본다”며 “지휘부가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피하긴 어렵겠으나 형사 처벌까지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투표를 포기한 일부 유권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 배상 등 국가배상청구소송이나 낙선한 후보들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할 경우 선관위 관계자들의 과실 책임은 무겁게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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