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선거무효보다 선관위 책임 규명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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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선거무효보다 선관위 책임 규명 쟁점 부상

투데이신문 2026-06-04 15:50: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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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항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청사 담벼락에 ‘선거조작위원회’ 낙서가 적혀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항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청사 담벼락에 ‘선거조작위원회’ 낙서가 적혀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의 선거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은 선관위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과 유권자 권리 구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앙선관위는 4일 입장문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외부 전문가 위주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의 투표록과 현장 기록을 분석하고 투표관리관, 투표사무원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논란은 본투표 선거일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나면서 시작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해 서울 시내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추가 인쇄와 긴급 수송이 이뤄졌고 대기 중이던 유권자들은 장시간 줄을 서야 했다.

선관위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를 진행하기로 하고 당초 오후 6시였던 투표 종료 시각을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투표 종료 이후에도 현장 혼선은 이어졌다. 

특히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투표함 이송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은 투표용지 부족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과 개표 중단을 요구하며 투표함 반출에 반대했고 선관위는 법에 따라 개표를 진행해야 한다며 투표함을 개표소로 옮기려 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대치가 밤샘으로 이어졌다.

4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선거관리위원회 해체,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4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부정선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지만, 부정선거 의혹과는 관계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선거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심각한 사안”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과는 상관없는 문제이고 음모론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지만 선거 관리 자체가 부실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초대 소장을 맡았던 하승수 변호사는 본보에 “이번 사안을 부정선거 논란으로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선관위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무효 소송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표권 침해가 발생했다면 선거 결과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실제 선거무효가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 사실이 있고 그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선거무효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대법원은 선거무효 사유가 되는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에 대해 선관위의 선거관리상 위법뿐 아니라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해치는 위법행위까지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해당 위법이 없었더라면 후보자의 당락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단해 왔다.

실제로 대법원은 교육감 후보자의 경력 증명서 위조 의혹, 전자개표기 사용 적법성 논란, 후보자 추천 과정의 위법 여부, 득표수 산정 문제 등 다양한 선거무효 소송에서 같은 법리를 적용해 왔다.

유튜버 전한길씨가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항의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유튜버 전한길씨가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항의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제16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제기된 2003수26 판결에서 대법원은 선거무효소송은 선거인명부 작성, 후보자 등록, 투·개표 관리, 당선인 결정 등 선거 전 과정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단순한 개표 결과 산정 오류나 득표수 확정 과정의 문제만으로는 선거무효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법리는 이후 여러 선거무효 사건에서도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2020년 4·15 총선 이후 제기된 다수의 선거무효 소송에서도 사전투표용지 인쇄 방식, 기표인 규격, 전자개표기 문제, 투표용지 수량 차이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선거무효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역시 실제 선거무효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가 존재하는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해당 규모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을 정도였는지 등이 구체적인 입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교수도 “선거 무효가 인정되려면 해당 문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현재 제기된 투표용지 관리 부실이나 운영상 혼선만으로는 선거 결과 자체가 뒤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선거 무효 여부와 별개로 선거 관리의 책임 문제는 엄중하게 따져야 한다”며 “민주주의에서 선거에 대한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제도 개선과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선거무효 여부와 별개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에 대한 권리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변호사는 “국가기관인 선관위 공무원들의 과실로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 청구를 검토해볼 수 있다”며 “투표소를 찾았지만 투표용지 부족 등으로 실제 투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권리구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비례대표나 기초의회 선거에 영향을 줬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다”며 “독립적인 기구의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방침에 대해서는 “선관위 자체 조사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며 “여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법적 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감찰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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