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오늘 한국을 찾을 젠슨 황이 이 자리에 와서 시연을 봤으면 좋겠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력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 온 AI 반도체 육성 정책이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K-AI 반도체'가 상용화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배 장관은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K-AI 반도체 성장 포럼'에서 "그동안 신경망처리장치(NPU)는 저전력·저가 기술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국산 AI 반도체가 수요기업과 함께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만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방한할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을 언급하며 "이번 시연 영상과 행사 내용을 직접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민국도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AI 3강 위해 달린 K-반도체 기업들...수출 계약 3000만달러 달성
정부는 이날 국산 AI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인 시장 창출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정부 지원을 받은 AI 반도체 기업들은 영국·대만·베트남·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3000만달러 규모 이상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스마트농장·재난안전·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AI 반도체 사업화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평균 16억5000만원 규모의 개발 비용을 절감했고 제품 개발 기간도 평균 14개월에서 최대 19개월까지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대표 사례 중 하나는 에코피스와 리벨리온이 공동 추진한 AI 기반 수질관리 사업이다. 에코피스는 리벨리온 NPU 서버를 활용해 해상 오염원을 실시간 탐지하고 자율주행 로봇이 기름 유출 등 오염원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중동 지역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며 산유국 관계자들이 직접 국내를 찾아 기술을 검토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남테크노파크는 모빌린트 AI 반도체를 활용한 산불 감시 체계를 선보였다. CCTV와 드론을 연계한 통합 관제 시스템으로 외산 GPU 대비 처리 속도는 2배, 전력 효율은 13배 높은 성능을 기록하며 국산 AI 반도체의 현장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 성능 검증 체계 'K-Perf' 공개…공공 조달 연계도 추진
정부는 이날 국산 AI 반도체 성능평가 체계인 'K-Perf' 추진 현황도 공개했다. K-Perf는 수요기업이 국산 AI 반도체를 도입할 때 객관적인 성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 평가 기준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퓨리오사AI의 '레니게이드'와 리벨리온의 '리벨100'을 대상으로 AI 챗봇, 문서 검색, 보고서 생성, 대용량 문서 분석 등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결과 두 제품 모두 응답 속도(TTFT), 출력 속도(TPOT), 처리량(TPS) 등 주요 지표에서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 목표(SLO)를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윤재 IITP PM은 "그동안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성능 평가 체계가 부족했다"며 "K-Perf를 통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 K-Perf 적용 대상을 서버형 AI 반도체에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까지 확대하고 공공 조달과 실증 사업에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상반기 중 'K-AI 반도체 기술지원센터'를 개소해 도입 컨설팅과 시험·검증, 유지보수 등을 지원하고 AI 반도체와 서버·소프트웨어·AI 서비스를 아우르는 'K-AI 풀스택' 실증 사업도 추진해 민간 시장 확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국민성장펀드의 첫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실증부터 사업화, 수요처 발굴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을 확대해 제2, 제3의 성공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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