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호텔신라 면세(TR) 부문이 1분기 흑자 전환 성공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고환율·송객수수료 인하와 같은 외형 성장의 발목을 잡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4일 호텔신라가 공시한 ‘2026년 1분기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TR 부문이 올해 1분기 매출액 8846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을 달성,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지속된 달러 강세 기조 속에서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476만명을 돌파하는 등 완연한 외국인의 국내 여행 회복세가 실적 견인의 발판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채널별로 국내 시내점 매출이 11.7% 증가하고 공항점이 4.0% 성장하는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신장하며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괄목할 실적 반등에도 일각에서는 장기 성장에 대한 의문부호가 제기되고 있다. 고환율·거시경제 압박과 소비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이번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투명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려의 중심에는 지난해 9월 진행된 인천공항공사와의 결별이 있다.
신라면세점은 운영 적자 가중을 이유로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내고 25% 인하라는 인용 결정을 받아냈으나, 결국 인천공항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고 최종 철수를 결정했다.
앞선 철수 조치로 비용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률의 일부 회복(1.4%↑)은 이끌어냈지만, 장기적인 외형 성장 측면에서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력과 전사 매출 체급 유지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공항점의 철수가 향후 경쟁력 약화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면세업계에서는 면세 시장이 호황기로 전환했을 때 공항점이 없는 신라면세점의 매출 확장 폭에 구조적인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신라면세점의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면세 시장 규모 자체가 지난 2019년 약 24조원에서 최근 12조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난 국면에서 장기 호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공항공사가 경직된 임대업 중심 운영 방식을 고수함에 따라 최신 트렌드인 체험형 공간 혁신이 불가능했던 점도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신라면세점 입장에서는 지점 철수를 통해 시내 면세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실리적이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사업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시내 면세점마저 고환율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면세 상품은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최종 소비자 가격 역시 오르게 된다. 이는 면세점만이 가졌던 세금 감면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화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자 신라면세점은 환율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대대적인 자체 프로모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신라면세점 주된 매출 중 하나인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라면세점은 대량 구매를 조건으로 여행사에 과도하게 지급하던 ‘송객수수료’를 인하하며 내실 경영을 위한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출혈경쟁을 멈춘 덕에 1분기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단체 패키지 쇼핑이나 ‘싹쓸이’ 구매에 의존하지 않음에 따라 외형 성장 한계라는 반작용이 본격화됐다. 수억원씩 물건을 쓸어가던 큰손들이 사라진 자리를 합리적 소비 성향의 개별 외국인 관광객 위주 판매만으로 메우기엔 아직 체질 개선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공항점 철수로 외형 축소가 불가피해진 신라면세점은 시내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과 창출과 MD의 전면 재편이 더욱 시급해졌다. 글로벌 명품 소비가 둔화하고 MZ세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품 대신 K콘텐츠를 체험하는 한류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라면세점이 완벽한 부활을 이루기 위해선 기존 명품 포트폴리오를 초고가 프리미엄 중심으로 압축, 비효율 명품 공간을 과감히 줄여 외국인들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K콘텐츠 공간과 식품·의류 카테고리로 포맷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과거 여행사 대상 영업에서 벗어나 해외 현지 SNS 마케팅과 글로벌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개별 소비자가 신라 시내 면세점을 직접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이 장기 성장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송객수수료 인하로 단기적인 마진율은 개선됐을지 몰라도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여행사 대상 영업이 아닌 해외 현지 SNS 마케팅이나 글로벌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개별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시내 매장을 찾아오게 유도하는 소비자 직거래 마케팅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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