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만 남았다던 SK실트론 매각 무산, 남은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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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만 남았다던 SK실트론 매각 무산, 남은 문제는

뉴스웨이 2026-06-04 15: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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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SK그룹의 사업 재편(리밸런싱) 대표 사례로 꼽혀온 SK실트론 매각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부터 두산그룹과 사실상 최종 협상 단계까지 진입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SK 내부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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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SK실트론 매각이 다시 불확실해졌다

두산과 최종 협상까지 갔지만 SK 내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성장으로 웨이퍼 사업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숫자 읽기

SK실트론 지분 29.4%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보유

SK는 지난해 말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올해 상반기 내 거래 마무리 전망이 우세했으나 상황이 급변

배경은

SK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리밸런싱 작업 진행

SK실트론 매각은 비핵심 자산 정리와 현금 확보 목적이었음

두산은 SK실트론 인수로 반도체 포트폴리오 완성을 추진

맥락 읽기

AI 반도체 경쟁 심화로 웨이퍼 생산 능력이 전략 자산으로 부상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독주와 수익성 개선으로 재무 여력 확대

웨이퍼부터 메모리 완제품까지 밸류체인 강화 필요성이 커짐

향후 전망

SK가 리밸런싱 논리를 유지할지, AI 시대 전략 자산으로 남길지 주목

두산은 인수 무산 시 부담과 실망감 클 것으로 예상

SK실트론 매각이 SK 반도체 전략의 시험대가 될 전망

특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실트론 매각은 밑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언급한 이후 시장의 해석은 더욱 분주해졌다. 공개 석상에서 매각 의지를 재확인하기보다는 여지를 남긴 발언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사인만 남았다던 딜···최창원·박정원 회동까지 마쳤는데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의 발언은 단순한 원론적 답변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SK실트론은 그룹이 반드시 정리해야 할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됐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매각 의지가 확고했다면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는 식의 답변이 나왔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SK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해왔다. 배터리와 소재, 반도체 장비, 투자회사 등 수십 개 계열사를 정리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SK실트론 역시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매각 리스트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명분은 분명했다. 반도체 웨이퍼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했지만 AI 반도체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수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SK는 지난해 말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재계에 따르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서울 북촌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고 SK실트론 거래 관련 핵심 사안을 사실상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원 의장은 현재 SK그룹 리밸런싱 작업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다. 2023년 말 최태원 회장이 그룹 전반에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한 이후 계열사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작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해왔다. 박정원 회장 역시 두산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을 직접 챙기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재계에서는 양측 최고위 인사가 직접 만났다는 점에서 해당 회동을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니라 거래 마무리를 위한 최종 조율 성격으로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도 SK가 지난해 말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실사와 협상을 거쳐 사실상 본계약 체결만 남겨둔 상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태원 SK 회장이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에 출연해 AI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달라진 실트론의 몸값···최태원 "5년 내 웨이퍼 생산량 두배 확대"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AI 반도체 호황이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웨이퍼는 모든 반도체 제조 공정의 출발점이 되는 핵심 소재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소재 기업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공급망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웨이퍼 생산 능력과 기술력이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도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 행사장에서 "AI 산업 확장에 따라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공급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앞으로 5년간 반도체 주재료인 웨이퍼 생산량을 2배 늘릴 것"이라며 "설비투자(CAPEX)를 미리 계산하진 않았으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조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웨이퍼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정작 그룹 내 핵심 웨이퍼 생산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모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지만, 결국 생산량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웨이퍼 공급망이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웨이퍼 사업이 상대적으로 성장이 제한적인 소재 사업으로 평가됐지만 AI 시대에는 공급망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SK실트론에서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실트론은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 상위권 업체다. 반도체 원판 제조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춘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힌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맞느냐는 내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의 실적 흐름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만들고 있다. HBM 시장 독주 체제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현금 창출력도 크게 개선됐다.

과거 SK실트론 매각이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조 단위 설비투자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최 회장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조달하겠다"고 언급한 것 역시 이런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는 리밸런싱을 위해 자산을 처분해야 했던 시기와 완전히 다른 메시지다. SK 입장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망 확대라는 기회를 맞아 웨이퍼부터 메모리 완제품까지 반도체 밸류체인을 더욱 강하게 묶을 유인이 커진 셈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두산은 난감···반도체 큰 그림 흔들리나

반면 두산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두산은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미 두산테스나를 통해 후공정 영역에 진출한 상태에서 SK실트론까지 확보하면 웨이퍼부터 후공정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박 회장은 최근 수년간 로봇과 반도체, 첨단소재 중심으로 그룹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주도해왔다. SK실트론은 그 전략의 핵심 퍼즐로 평가받았다. 시장에서는 두산이 인수 검토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만약 SK가 막판에 방향을 틀 경우 두산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내부 실망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향후 대기업 간 인수합병(M&A) 신뢰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욱이 거래 과정에는 최 회장 개인 지분도 변수로 남아 있다. 현재 SK실트론 지분 29.4%는 최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다. 두산이 완전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SK㈜ 지분뿐 아니라 최 회장 지분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 재계에서는 애초부터 이 같은 구조가 협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해왔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SK가 리밸런싱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갈 것인지, 아니면 AI 시대를 맞아 전략 자산을 다시 품을지에 쏠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생산능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황에서 웨이퍼 사업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며 "리밸런싱의 상징이었던 SK실트론이 오히려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사인만 남았던 것으로 평가받던 거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며 "결국 SK실트론은 단순한 매각 거래가 아니라 최태원 회장이 AI 시대 SK 반도체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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