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대 남성은 대구보다 훨씬 보수적... 민주당이 충격받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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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대 남성은 대구보다 훨씬 보수적... 민주당이 충격받은 진짜 이유

위키트리 2026-06-04 15:2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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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대 남성 넷 중 셋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75.3%. 이 숫자 하나가 더불어민주당의 6·3 지방선거 성적표를 착잡하게 보게 만든다. 입법·행정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을 쓸어 담으며 4년 전 국민의힘에 당한 완패를 대부분 되갚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압도적 우세를 확인했다. 4년 전 '15대 2'의 참패를 '12대 4'로 뒤집었다. 그러나 웃을 수 없다. 서울을 내주는 과정에서 가장 젊은 세대 남성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확인해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29일 낮 서울시 중구 소공동 행정복합청사에 마련된 소공동 사전투표소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 뉴스1

KBS·MBC·SBS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 51.4%, 오 후보 46.0%를 예측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개표율 98.98% 기준 오 후보(49.07%)가 정 후보(48.21%)를 4만4285표, 0.86%포인트 차로 앞섰다. 내내 뒤지던 오 후보는 개표율 93%를 넘긴 시점에 처음 역전한 뒤 승리를 굳혔다. 개표 시작부터 13시간 만의 대역전이었다. 정 후보는 오전 9시30분 패배를 승복하며 "내가 부족했다.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더 깊이 듣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 패인은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다. 부동산 불안이 가장 먼저 꼽히지만 정권 견제 심리, 오 후보의 개인 경쟁력, 정 후보의 낮은 인지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몰린 한강벨트에서 오 후보가 강세를 보였고,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양천·영등포·동작·강동구에서도 정 후보가 밀렸다. 이들 지역은 모두 대규모 정비사업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 민심이 특히 예민한 곳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재건축·재개발을 기다리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서울의 최대 현안은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 문제"라며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월세가 폭등하는 와중에 많은 서민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부동산 민심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밝히며 "방향 전환을 하지 않으면 1~2년 뒤 더 참혹한 부동산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후보 개인의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오 후보는 선거 내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펼쳤다. 당 지원보다 오 후보 개인기가 서울 사수의 핵심 동력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 출신으로 서울 전체를 이끌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선거 내내 인지도와 경륜 문제를 공격받았다. 오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 "천만 시민의 삶과 직결된 주택, 교통, 경제, 복지 안전이라는 엄중한 과제들은 선거 다음 날부터 곧바로 일할 수 있는 노련한 베테랑만이 감당할 수 있다"고 직접 겨냥했다.

공소취소 논란도 보수 결집에 불을 댕겼다.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는 대장동,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이 대통령과 직결된 재판들이 포함됐다. 이미 진행 중인 기소 사건을 특검이 넘겨받아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 사실상의 공소취소권이 담겼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검 후보를 민주당 등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여서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법조계와 야권에서 쏟아졌다. 민주당은 처리 시점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지만 논란 자체가 선거판을 흔들며 정권 심판론 구도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시 송파구의 가락쌍용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된 가락2동 제3, 7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가 부족한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다시 75.3%로 돌아가자. KBS·MBC·SBS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 서울 20대 이하 남성의 75.3%가 오 후보를 선택했다. 정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20.6%에 불과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54.7%포인트나 된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20대 남성의 63.7%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서울 청년 남성의 보수 쏠림이 대구보다 강했다. 오 후보 스스로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소감에서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겨 좌절하면서도 다시 공정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의 승리"라고 청년 표심을 직접 거론했다.

전국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20대 남성의 55.8%가 국민의힘 후보를, 33.0%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20대 남성의 65.1%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것과 비교하면 수치는 다소 낮아졌지만 4년이 지나도 청년 남성의 보수 선호 기조는 깨지지 않았다. 30대 남성의 66.8%도 오 후보를 택했다. 청년층뿐 아니라 30대까지 민주당을 등진 것이다.

같은 세대 여성의 선택은 달랐다. 서울 20대 이하 여성은 48.5%가 정 후보를, 41.4%가 오 후보를 선택했다. 전국 20대 여성의 66.4%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는 25.7%에 그쳤다. 30대 여성도 63.5%가 민주당 후보 편이었다. 같은 세대 남성이 국민의힘을 향해 기울 때 여성은 반대 방향으로 기울었다. 이 구조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4년 전 20대 이하 남성은 국민의힘(65.1%)을, 여성은 민주당(66.8%)을 더 많이 지지했다. 선거 주기가 돌아와도 청년층 성별 표심 양극화는 꿈쩍하지 않았다.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가 우세하게 예측됐던 근거는 40·50대였다. 이 세대는 남녀 모두 민주당 지지가 뚜렷했다. 서울 유권자 830만 명 중 가장 두꺼운 층을 이루는 40·50대가 정 후보를 받쳐줬지만, 20·30대 남성과 60대 이상에서의 오 후보 지지가 이를 상쇄하고 넘어섰다. 세대별 표심만 놓고 보면 40·50대만 민주당을 지지하고 나머지 세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른바 'M자 구도'가 서울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60대 남성의 56.7%, 여성의 64.2%가 오 후보를 선택했고, 70대 이상에서는 남녀 모두 70%를 넘는 지지가 오 후보에게 쏠렸다. 노인 유권자들의 보수 성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확인된 것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관악구의회에 마련된 청룡동 제5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뉴스1

문제는 반대편 끝, 즉 가장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이 비토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20대 남성의 75.3%가 오 후보를 찍었다는 수치는 단순한 야당 지지 이탈이 아니라 민주당을 향한 적극적 거부 의사 표시에 가깝다. 전월세가 폭등하고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긴 현실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을 내건 이재명 정부의 언어가 정작 집 한 채 없는 청년 남성들에게는 와닿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후보가 선거 내내 대학가 유세에서 청년들의 호응을 끌어내며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겼다"고 반복한 것은 민주당이 채우지 못한 자리를 파고든 것이었다. 본래 불평등 이슈를 건드리는 수사는 진보 정치가 오랫동안 독점해온 언어다. 그 언어를 국민의힘 후보가 꺼내들자 청년 남성들이 호응했다. 내 집 한 채 없는 청년 남성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먼저 건드린 쪽이 보수 정당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앞세우는 등 진보 어젠다도 포섭할 줄 아는 노련한 행정가로 변모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선거로 민주당은 입법·행정·지방권력을 모두 손에 넣었다. 2024년 총선 압승, 2025년 조기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석권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2년 차 국정 운영에 강력한 동력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선 승리의 기세를 몰아 이 대통령의 6대 구조개혁 핵심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승리의 무게만큼 짐도 무거워졌다. 선거 전 처리를 미뤘던 조작기소 특검법 재추진 여부를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선거 승리를 명분 삼아 원안대로 강행할 경우 공소취소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중도층 이탈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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