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의 기술 동맹을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내수 시장에 치우쳐 있다는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일 대만에서 개최된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 서밋’에 참가해 네이버클라우드와 엔비디아의 협업이 공식화했다. 양사 협력은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네이버클라우드는 아시아 지역의 거점 AI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협업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회동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지면서 지난 1일 네이버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03% 오른 27만1500원을 기록했으며 2일에도 소폭 올라 28만원대에 안착했다.
▲ ‘소버린 AI’ 동맹…아시아와 중동 성과 부각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전략적 교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 네이버는 엔비디아가 국내에 공급하기로 한 26만장의 고성능 GPU 중 가장 많은 6만장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AI 인프라 확장에 탄력을 받았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통합 AI 플랫폼을 기반 삼아 독자 LLM(대형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워 소버린 AI에 집중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에 탈락하며 이미지에 타격을 받긴 했지만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수주를 비롯해 태국의 관광 AI 에이전트, 일본의 케어콜 서비스 등 현지 문화와 언어에 특화된 아시아 및 중동 중심의 성공 레퍼런스를 꾸준히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미국의 기술 독점을 경계하는 국가들에게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연합 전선은 매력적인 대체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보안과 국가 안보를 전담할 ‘국방 AI 전환(AX)’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B2G(기업 대 정부) 공공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해외 빅테크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없는 특수 규제 영역인 만큼 탄탄한 인프라와 독자 파운데이션 기술을 모두 보유한 네이버에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엔비디아가 주목한 피지컬 AI…네이버와 협업도 구체화
피지컬 AI 분야 성과도 구체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적인 로봇 자율주행 및 제어 OS인 ‘아크(ARC)’ 기술을 엔비디아의 3D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 및 ‘아이작 심(Isaac Sim)’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용 가상화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활용해 서울의 실제 데이터를 정밀 재현한 ‘서울 월드 모델’의 고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향후 실외 자율주행 배송 실증 사업 등 로보틱스 상용화의 핵심 엔진이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말에는 젠슨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가 분당의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해 로보틱스 협력 방안을 긴밀히 논의한 만큼 양사 간의 피지컬 기술 결합은 고도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젠슨 황 CEO는 5일 이해진 의장을 포함한 AI 기업 총수들과 ‘삼겹살 회동’을 갖고 사흘 뒤인 8일에는 직접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경주 APEC 회동 이후 약 7개월 만에 성사되는 이번 만남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교환을 포함해 보다 구체적인 글로벌 사업 실행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회동에서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사업의 세부 영업 및 판매망 가동 계획 △블랙웰 6만장의 순차적 수급 일정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으로의 초고전력 랙 이식 아키텍처 조율 △사우디 리야드를 거점으로 한 중동 소버린 AI 공동 프로젝트 추진 △네이버 아크와 엔비디아 옴니버스 간의 연동 강화 등 초대형 아젠다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 내수용 플랫폼 굴레 탈피…글로벌 B2B 사업 체질 개선 본격화
네이버는 국내 최대 IT업체로 꼽히지만 ‘국내용 플랫폼’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엔비디아의 협업이 ‘국내용’이라는 네이버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엔비디아 아키텍처의 종속을 방지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및 분산 전술 역시 적극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리사 수 AMD CEO의 1784 방문을 통해 초고성능 AI 가속기 ‘인스팅트 MI355’ 칩 기반 공동 연구 MOU를 체결하며 다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MD와의 연대를 하드웨어 가격 협상 및 아키텍처 보완 장치로 적절히 유지하면서 엔비디아와 글로벌 솔루션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네이버의 다중 파트너십 기조는 장기적인 리스크 제어 관점에서 사업의 유연성을 더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업으로 네이버는 엔비디아가 확보하고 있는 전 세계 AI 팩토리 글로벌 표준 하에 자사의 로보틱스 오퍼레이팅 허브 아크와 LLM 하이퍼클로바X를 견고하게 융합해 독자적인 기술 영토를 다지게 됐다. 젠슨 황과의 회동 직후 가시화될 사업 확장 전략이 네이버의 기업 가치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협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글로벌 영업을 한층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공공 및 국방 시장 장악을 위한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AMD 등 세컨드 칩 파트너와의 상생 연대를 활용해 독점 부품 수급 위험을 분산 통제하는 전략을 유기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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