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민주공원이 6월민주항쟁 39주년을 맞아 청년 작가들의 시선으로 민주주의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특별전 ‘파도는 멈추지 않고 모래 위에 글씨를 쓴다’를 오는 9일부터 8월 2일까지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내 잡은펼쳐보임방에서 개최한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이 남긴 역사적 의미를 오늘의 사회적 감각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민주주의와 사회참여 예술의 현재적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민주공원이 주관한다. 앞서 진행된 청년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유경, 나나와 펠릭스, 박정원, 장우석 등 4팀(개인·팀)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낸 역사적 사건이다. 거리에서 울려 퍼진 수많은 목소리와 실천은 이후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으며, 예술 역시 시대와 사회를 기록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그 흐름에 함께해 왔다.
당시 민중미술은 노동과 공동체, 삶의 현실과 사회적 모순을 예술 언어로 담아내며 시대의 감각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민중미술의 정신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청년 세대가 마주한 현실과 문제의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주목한다.
전시 제목 ‘파도는 멈추지 않고 모래 위에 글씨를 쓴다’는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이 지워지는 듯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축적되어 왔음을 상징한다. 모래 위의 글씨는 쉽게 사라질 수 있지만, 계속 밀려오는 파도는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기억의 층위를 형성한다. 이는 민주주의 역시 한 번의 사건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계속 이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임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참여 작가들은 노동, 환경, 재난, 역사적 기억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문제들을 각자의 시선과 매체로 탐구한다.
김유경 작가는 역사적 폭력의 기억과 그 잔향을 탐색하며, 과거의 상처가 현재에 어떤 방식으로 남아 있는지를 질문한다. 나나와 펠릭스는 대기질 데이터를 활용한 작업을 통해 환경 문제를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사회 구조와 연결된 문제로 바라본다. 데이터와 예술을 결합한 작업은 보이지 않는 위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관람객의 인식을 환기한다.
박정원 작가는 노동 현장에서 마주하는 폭력과 애도의 감각을 기록하며,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노동의 현실을 조명한다. 장우석 작가는 사회적 사건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설치 작업으로 재구성하며,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탐색한다.
이들의 작업은 직접적인 정치적 구호나 재현에 의존하기보다 개인의 경험과 사회 구조가 만나는 지점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와 사회참여 예술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관람객과 함께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민중미술을 특정 양식이나 형식이 아닌 ‘사회와 관계 맺으려는 태도와 실천’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전시는 과거의 역사적 기억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사회적 현실과 민주주의의 과제를 예술적 언어로 드러내는 장이 된다.
민주공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6월민주항쟁이 남긴 민주주의의 가치를 오늘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읽어보는 자리”라며 “청년작가들이 바라본 사회와 현실의 풍경 속에서 민주주의가 현재진행형의 과제임을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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