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경이롭다. 이런 완급 조절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이란 말인가. 배우 이홍내가 첫 주연급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코믹과 카리스마를 오가며 야무지게 활약 중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제대로 물을 만난 모양새다.
이홍내가 출연하는 ‘취사병 전설이 되다’(이하 ‘취사병’)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등병 강성재(박지훈)가 의문의 초능력을 얻어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이홍내는 말년병장 윤동현 역을 맡았다.
박지훈이 ‘신의 손’ 강성재로 드라마에서 다채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낸다면, 이홍내는 정반대다. 손대기만 하면 음식 맛이 뚝 떨어지는 그야말로 ‘마이너스의 손’이다. 여기서 빛을 발한 건 이홍내의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 강성재의 요리 솜씨를 견제하고 질투하다가도, 그가 다른 생활관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면 슈퍼맨처럼 등장하는 ‘겉바속촉’의 정석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화장실에서 구타당할 뻔한 강성재를 구해준 뒤 무심하게 “가자, 엠카 안 볼 거야?”라며 툭 던지는 대사. 혹은 휴가 간 강성재의 빈자리를 채우려 밤을 꼬박 새워 끓인 국이 좋은 반응을 얻자, 다크서클이 휑한 얼굴로 포효하는 장면. 이 두 포인트야말로 윤동현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홍내는 ‘취사병’을 통해 사실상 첫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2014년 영화 ‘지옥화’로 데뷔해 단역과 조연을 오래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2020년에 방영된 OCN ‘경이로운 소문’에서 빌런 지청신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게 된다. 특히 지난 2023년에 방영된 SBS ‘낭만닥터 김사부 3’에서는 흉부외과 펠로우 1년차, 병아리 선웅 쌤을 맡아 사회초년생들의 짠한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취사병’을 통해 전작의 색깔을 완벽히 지워낼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철저한 준비에 있다. 소속사 바로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홍내는 이번 작품을 위해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로 변신한 것은 물론,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하며 외형부터 윤동현 캐릭터로 완벽히 동기화됐다. 무엇보다 평소 직업군인을 꿈꿨을 만큼 군대 문화와 생활에 진심이었던 그의 남다른 애정이 캐릭터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홍내의 활약에 힘입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취사병’은 4일 기준 종영까지 단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는 휴가를 다녀온 이홍내가 박지훈, 강하경(김관철)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안겼다. 남은 회차를 통해 ‘취사병’은 천만 배우 박지훈의 저력은 물론, 이홍내라는 새로운 보석의 탄생을 알린 작품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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