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생활권 광역화에 대응하기 위한 ‘초광역 행정통합’이 전국적인 화두로 부상하면서 다원화된 민의를 수렴하도록 지방의회의 패러다임 역시 전면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경기연구원 경기의정연구센터 조은영·진정규 연구위원이 발표한 ‘통합의 시대, 지방의회의 미래를 말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출범을 앞둔 최초의 통합 지자체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그 의회의 자치권 확대 모델이 향후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행정 편의주의 넘어서는 초광역 행정의 진화와 통합의회 출범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심각한 인구 유출과 노후화된 인프라로 인해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 제공마저 한계에 봉착해 있다. 특히 교통, 환경, 재난 등 광역적 사회문제가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발생함에 따라 과거의 단편적인 연계 방식인 행정협의회나 지방자치단체 조합 등은 구속력 부재와 지자체 간 이견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강력한 재정적·행정적 인센티브인 파격적 재정지원, 산업 및 규제 특례 등을 바탕으로 조직과 예산, 의사결정 체계를 완전히 합치는 통합지방자치단체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 첫 실행 사례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인 중대선거구제 도입 및 비례대표 비율 14% 확대를 거쳐 기존 84명에서 91명으로 총정원이 확대돼 7월 공식 출범한다. 통합의회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강력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으며 지방의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입법적 여백의 확장과 기관대립형 자치입법기관의 정립
원문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의회는 자치권의 핵심 요소인 입법·인사·조직·예산 권한을 독립적으로 확보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입법적 여백의 확장이다. 기존 지방의회는 자치법률 형성 시 상위 법령의 허용 범위인 법령의 범위 안이라는 법률유보 원칙에 묶여 소극적인 조례 제정에 그쳤다. 반면 특별법의 구체적 위임을 받은 통합의회는 자치경찰제도, 초광역 사무권한,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 등에서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고도 지역 맞춤형 특화 조례를 직접 제정할 수 있게 된다.
또 의장이 의회 소속 공무원의 임용권과 전문위원 수 등 사무기구 조직 설계권을 직접 행사해 집행부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성을 확보한다. 예산 측면에서도 집행부의 간섭 없이 의회 운영 예산을 독립적으로 편성하는 독립 계상권을 행사하며,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지역 물가와 재정 여건을 고려한 의정활동비 자율설계 재량권을 갖는다. 이는 수동적 견제 기구를 넘어선 기관대립형 능동적 자치입법기관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 거대해진 집행 권력, 대의적 정당성과 리스크 통제 방안
연구진은 외형적 권한 확대의 이면에 도사린 민주적 통제 공백과 갈등 리스크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행정구역이 광역화되면서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유례없이 비대해지는 반면, 주민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멀어져 대의적 정당성이 약화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소외되는 소수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묻힐 수 있으며, 지역 간 주도권 다툼, 정체성 혼란, 공공기관 배분 기준을 둘러싼 갈등 요인이 잔존한다.
이에 따라 의회가 단순히 덩치를 키우고 권한을 이양받는 것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확장된 권한만큼 행정 감시 성과에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제도적 책무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이 삶의 질 향상을 피부로 느끼는 정책 효능감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능적 역량이 결여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는 실현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주민 숙의 거버넌스 제도화 및 전략의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는 거대 통합의회가 당면한 갈등을 해결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체적인 합의 형성 과정을 설계할 것을 독자적으로 제언했다.
의회는 확보된 독립 예산권을 활용해 의회 직속의 주민의견수렴 위원회나 공론화 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조례를 선제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합 과정의 찬반 의견과 행정서비스 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생생한 요구를 상시 청취하는 숙의 메커니즘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론적으로 새롭게 출범할 초광역 지방의회는 단순한 대의기구를 넘어 주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참여의 장이자, 국회 등 중앙정부와 대등하게 소통하는 초광역 전략의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지역 맞춤형 특화 조례와 시민 체감형 정책예산 배정을 통해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체로 전면적인 역할 혁신에 나설 때라는 의견이다.
조은영 경기연구원 경기의정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행정통합의 성공은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치는 속도감이 아니라 주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의견 수렴에 있다”며 “지방자치의 주체인 지방의회는 강화된 권한을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갈등을 조정하는 주체로 바꾸고, 주민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통해 효능감을 만드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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