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은 나의 전부!!!”
‘연예계 대표 내향인’ 엄태구가 음소거를 풀었다. 예능에서는 긴 정적마저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었던 그가 영화 ‘와일드 씽’에서는 세기말 감성 래퍼 구상구로 변신해 랩 볼륨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처음에는 웃음이 나오지만, 끝내 관객을 뭉클하게 만드는 의외의 변신이다.
3일 개봉한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엄태구가 연기한 구상구는 트라이앵글의 래퍼로, 센터이자 메인보컬 변도미(박지현), 댄스로 무대를 장악하는 메인댄서 황현우(강동원)에게 밀려 파트도 적고 방송에서 멘트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팀 해체 이후에는 조폭에게 투자까지 받아 솔로 앨범을 제작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빚더미에 앉아 보험설계사로 살아간다.
극중 아이돌 그룹 래퍼를 연기해야 했기에, 엄태구 역시 출연을 두고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텐션을 끌어올리는 일이었다”며 “코미디 장르를 몸으로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엄태구는 연예계 대표 내향인으로 유명하다. 예능에 출연하면 3초 이상의 정적은 기본이고, MC인 엄태구를 냅두고 게스트들이 대화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낼 정도다. 그런 그가 영화에서는 래퍼로 변신해 무대 위를 날아다닌다.
솔직히 초반에는 엄태구가 랩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평소 엄태구의 이미지와 극중 구상구의 모습이 워낙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는 달라진다.
영화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러브 이즈’ 콘서트 버전 음원에서 구상구가 직접 쓴 랩 가사가 흘러나오는 순간, 웃음 포인트였던 랩은 어느새 캐릭터의 진심을 전하는 장치가 된다. 노래가 시작되면 45초 가까이 엄태구 혼자 랩을 이어가는데, 다소 엉뚱한 가사마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지하게 밀어붙인다.
결국 관객을 움직이는 건 엄태구의 랩이 아니라 연기다.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부족해 보였던 구상구라는 인물이 품고 있던 열등감과 좌절, 그리고 무대에 대한 미련을 엄태구가 설득력 있게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자칫 웃음거리로 소비될 수 있는 캐릭터를 응원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엄태구가 가진 저력이다.
실제 엄태구는 랩 경험이 전무했다. 손재곤 감독은 “JYP엔터테인먼트에 그렇게 자주 방문하면서 연습한 줄 몰랐다. 정해진 트레이닝 일정 외에도 스스로 더 연습하려고 했다. 그 노력 덕분에 구상구라는 캐릭터가 훨씬 설득력 있게 완성됐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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