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김광현, 100개 이상 던지며 연패 탈출 이끌어
오태곤, 연패 기간 4홈런 6타점 6득점…희생플라이로 끝내기
(서울=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2016년 9월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SK 와이번스 경기에서 김광현은 팀이 6-2로 앞선 6회초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로 나선 윤희상이 5이닝 동안 2실점만 내주며 호투하고 있었지만, 9연패에 빠진 SK 입장에선 이날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김광현은 3이닝 동안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면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당시 왼쪽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한 뒤 계속된 등판으로 피로가 누적돼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김광현은 팀과 팬들의 기대에 퍼펙트 투구로 응답했다.
그렇게 SK는 9-4로 승리하면서 창단 첫해인 2000년 이후 16년 만의 9연패를 끊어냈다.
올 시즌 구단 최다 연패(13연패)를 기록한 SSG 랜더스는 연패 기간 김광현의 빈자리가 유독 커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광현은 연패 때마다 선발 등판해 100개 이상 공을 던지며 팀이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선발 6이닝 3실점(108개 투구)으로, 2015년 5월 27일 롯데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108개 투구)으로, 같은 해 9월 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8이닝 1실점(102개 투구)으로 각각 SK의 5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2019년 9월 25일 삼성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 역투로 SK의 1-0 승리를 책임지며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SK가 2000년 이후 다시 11연패를 기록해 종전 구단 최다 연패와 타이를 이뤘던 2020시즌,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고 있었다.
2일 한 구단 관계자는 "연패 때마다 (김)광현이 같은 선발 에이스가 끊어줬다. 2020년 11연패 할 때는 또 광현이가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그런 에이스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구단 13연패로 최다 연패 기록을 경신한 올 시즌 김광현의 빈자리는 크게 다가왔다.
어깨 수술 뒤 재활 중인 그의 빈자리를 누구 한 명이 온전히 메우기는 어려웠다.
대신 연패의 무게를 가장 앞에서 견딘 선수는 김광현의 부상에 따른 이탈로 팀의 주장 완장을 찬 오태곤(34)이었다.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100개 이상 던졌다면, 오태곤은 타석에서 기회 때마다 장타를 쳐 팀 분위기를 높였다.
13연패 기간 눈에 보이는 타율은 0.200(35타수 7안타)에 불과하지만, 안타 7개 가운데 4개가 홈런이었다.
6타점 6득점을 올리면서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주장의 책임감은 더그아웃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3일엔 강화 SSG 퓨처스 선수단에 사비로 간식 차를 보내면서, 위기에서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의 그런 간절함이 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드디어 통했다.
오태곤은 4-4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상대 조영건의 가운데로 몰린 147㎞ 초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중견수 쪽으로 뻗어나갔고, 중견수가 잡자 3루 주자 홍대인이 들어왔다.
길고 긴 13연패 수렁에서 벗어나는 끝내기 중견수 희생플라이였다.
그의 커리어 8번째 끝내기이자, 첫 번째 끝내기 희생플라이였다.
오태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며 그동안 짊어졌던 주장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그는 "울면 창피할 것 같아서 참으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많이 힘들었나 보다. 야구하며 운 적이 없다"며 "왜 내가 주장일 때 이런 일이 생기나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오늘 경기가 전환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공이 아닌 오태곤의 끝내기 희생플라이가, 이번 SSG의 긴 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SSG가 증명해야 할 것은 그 한 장면을 반등의 출발점으로 만드는 일이다.
mov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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