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의료보험 계약 규모가 처음으로 1세대 실손보험을 넘어섰다. 자기부담금을 높여 비급여 과잉진료를 억제하도록 설계된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빠르게 늘면서 실손보험 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고액 비급여 치료 증가로 손해율이 다시 100%를 웃돌면서 보험사들의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계약 건수는 3622만건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다.
보험사별로는 손해보험사가 3028만건으로 1.0% 증가한 반면 생명보험사는 594만건으로 0.7% 감소했다.
세대별 계약 현황을 보면 2세대 실손보험이 1494만건(41.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세대 783만건(21.6%), 4세대 641만건(17.7%), 1세대 618만건(17.1%)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약 4년 만에 1세대 계약 규모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1~3세대 실손보험은 해약과 계약 만기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4세대는 신규 가입과 계약 전환이 늘면서 계약 건수가 22.1% 증가했다.
반면 1세대와 2세대 계약은 각각 3.1%, 3.7% 감소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 자기부담률을 30% 수준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자기부담금이 낮았던 1세대 실손보험과 비교하면 가입자의 의료 이용 부담이 커진 만큼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손보험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료 수익은 보험료 인상과 신규 계약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한 18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급보험금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지급보험금은 17조원으로 전년 대비 11.4% 늘었고,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15.6% 확대됐다.
경과손해율 역시 101.0%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되는 85%를 크게 웃돌았다.
손해율은 2023년 103.4%에서 지난해 보험료 인상 효과로 99.3%까지 낮아졌지만 다시 100%를 넘어선 것이다.
금감원은 "신의료기술을 포함한 일부 고액 비급여 치료 증가로 보험금 증가율이 보험료 인상률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보험금 지급 현황을 보면 비급여 진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 관련 보험금은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암·뇌혈관·심혈관 질환 관련 보험금 2조6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영양제 목적 등의 통원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도 1조원에 달했다.
신의료기술 관련 보험금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로봇수술 보험금은 전년 대비 72.4% 증가했으며 전립선 결찰술은 64.6%, 하이푸시술은 46.0% 늘었다.
반면 신경성형술 등 일부 고액 비급여 치료 보험금은 소폭 감소했다. 다만 관련 분쟁은 여전히 많아 전체 보험금 분쟁의 약 20%를 차지했다.
계약 1건당 지급보험금은 1세대가 7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세대 49만원, 3세대 36만원, 4세대 29만원 순이었다.
자기부담률을 고려한 실제 1인당 비급여 치료 이용액도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1세대는 44만원, 2세대는 35만원, 3세대는 27만원, 4세대는 21만원으로 추정됐다.
금감원은 자기부담률 차등 적용이 의료 이용 행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급여 중심의 자기부담 구조가 과잉 의료 이용 억제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5세대 실손보험 도입 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가 지속될 경우 보험료 인상과 소비자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보험금 분쟁을 회사별·유형별로 상시 점검하고, 부당한 보험금 심사 사례가 확인되면 즉시 현장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비급여 과잉진료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이후 체외충격파 치료 등 대체 비급여 진료 증가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아울러 오는 7월부터 4세대 실손보험 재가입 대상자의 계약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하반기에는 선택형 할인특약과 계약 전환 할인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4세대 실손보험 비중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실손보험 손해율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보험료 인상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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