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무효 소송 관건은 "용지 충분했다면 결과 달라" 입증 여부
투표 못한 유권자 "참정권 침해" 헌소·국가배상 청구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빛나 이승연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및 투표 중단 사태의 후폭풍에 법조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관리부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린 서울시장 선거에서 초접전 끝에 패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도 승복을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영향을 직접 받은 일부 선거구에서 패한 후보자나 시민단체 등이 선거·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가 직접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직선거법상 지방 의회나 자치단체장 선거에 불복할 경우 선거일로부터 2주 이내 관할 선관위에 소청할 수 있고,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법원에 당선소송 혹은 선거소송을 낼 수 있다.
당선소송은 특정 인물의 당선에, 선거소송은 선거 자체의 효력에 각각 이의를 제기하는 구조다. 관할 법원은 소 제기 180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소청이나 소송의 관건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구의원, 시의원 선거는 몇천표 차이로 결과가 정해지기도 하지 않느냐"면서 "소송을 낼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표 차가 매우 적은데, 이번 사태로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투표했을 때 그 차이를 만회할 수 있었다고 본다면 소청 및 소송을 낼 순 있다"며 "만약 표 차가 크다면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만으로 소송을 내 이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실제로 소송을 통해 선거가 무효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진 않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이번 사태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이들이 투표했을 때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선거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특정 사안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만 당선·선거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이런 목적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변호사도 "업계에서 선거 무효 소송은 하나 마나라는 시각이 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각종 주장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선거 불복 소송과 별개로 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거나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런 소송의 승산 가능성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엇갈린다.
한 변호사는 "참정권이라는 기본권이 침해된 상황에서, 투표 준비책임이 있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며 "국가가 투표용지를 주지 않아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 청구권이 인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 위법성이 인정될 소지는 있지만, 참정권 침해를 재산상 손해로 해석하긴 쉽지 않다"며 "선거 관련 소송이 법률상 제도화됐다는 점에서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youngle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