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테크로그] 의심했던 킹크랩은 무죄…두드러기 원인을 직접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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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테크로그] 의심했던 킹크랩은 무죄…두드러기 원인을 직접 찾아봤다

디지틀조선일보 2026-06-04 11:26:00 신고

3줄요약
  • 가려움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약국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사 먹거나 피부과에서 연고를 처방받는 것으로 끝낸다. 왜 가려운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경우는 드물다. 가려움증은 그냥 참거나 약으로 누르면 되는 증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절 연휴에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닭살인 줄 알았다. 며칠을 가렵고 따가운 채로 보내면서 처음으로 가려움증을 진지하게 마주하게 됐다.


  • 노동절 연휴에 발생한 두드러기. 처음에는 가렵거나 따갑지 않았지만, 뜨거운 물 샤워 이후 증상이 나타났다. /김정아 기자
    ▲ 노동절 연휴에 발생한 두드러기. 처음에는 가렵거나 따갑지 않았지만, 뜨거운 물 샤워 이후 증상이 나타났다. /김정아 기자

    가려움과 따가움으로 하락한 삶의 질

    며칠을 두드러기와 함께 보내면서 처음으로 실감했다. 가려움이 생각보다 꽤 일상을 방해한다는 것을.

    등이 가렵고 따가운데 사무실에서 긁을 수도 없었다. 자고 나면 엉덩이 쪽이 더 가려웠다. 앉아 있는 동안 압력과 마찰이 계속 가해지기 때문이다. 열이 오르거나 땀이 나면 증상이 더 심해졌다. 뜨거운 물 샤워 후 증상이 악화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가려움증은 통증만큼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도, 진료실에서도 ‘참아봐’라는 말을 듣기 쉬운 증상이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달랐다. 며칠을 가렵고 따가운 채로 보내는 것, 생각보다 꽤 소모적이었다. 만성 가려움증 환자들이 수면장애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됐다.

    원인 파악보다 증상 완화가 먼저인 이유

    토요일에 동네 피부과를 찾았다. 온몸에 발진이 생겼다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의사는 손과 등을 잠깐 보더니 “심하지 않네요”라고 했다. 솔직히 좀 허탈했다. 

    보통 두드러기 진료에서는 가려움을 가라앉히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증상 완화를 위한 먹는 항히스타민제와 바르는 로션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원인이 궁금했다. 두드러기의 원인은 음식, 약물, 접촉 알레르기, 면역 반응, 스트레스까지 수십 가지가 넘는다. 급성 단계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이 먼저다. 개인 피부과 의원에서 처음부터 정밀 원인 진단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이기도 하다. 원인을 찾는 건 그다음 단계의 이야기다.

    연휴 동안 먹은 것들을 떠올려봤다. 냉동 닭고기로 만든 닭갈비, 조개탕, 아귀찜 등 두드러기 원인으로 의심할 만한 음식이 적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날 먹은 킹크랩이 가장 의심스러웠다. 오래전 갯가재를 먹고 얼굴이 뒤집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체력이 바닥난 상태이기도 해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원인을 찾아서…첩포검사와 혈액검사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원인 탐색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검사로는 첩포검사와 혈액검사가 있다. 첩포검사는 니켈, 염색약 성분, 향료, 방부제 등 접촉 알레르기 유발 물질 25종에 대한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검사고, 혈액검사는 알레르기 항원과 전반적인 면역 상태를 함께 볼 수 있는 검사다.

    정확한 원인을 찾고 싶어 첩포검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항히스타민제는 빼고 로션만 처방해 줬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할 경우 첩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당시 증상은 로션만으로도 충분히 완화될 수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 접촉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첩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패치를 부착한 뒤 48시간과 96시간에 걸쳐 반응을 판독했다.
    ▲ 접촉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첩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패치를 부착한 뒤 48시간과 96시간에 걸쳐 반응을 판독했다.

    첩포검사는 5일에 걸쳐 진행됐다. 패치를 등에 부착하고 이틀 후 1차 판독 및 제거, 닷새째에 최종 반응을 확인하는 순서였다. 패치를 부착한 이후 제거 전까지는 등 부위 샤워가 제한됐다. 며칠간 등을 못 씻는다는 게 꽤 불편했다. 혈액검사는 같은 날 함께 진행했다.

    의심했던 킹크랩은 무죄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첩포검사는 48시간, 96시간 모두 전 항목 음성이었다. 25종 접촉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혈액검사에서도 갑각류와 조개류 항원에 대한 반응은 전혀 없었다. 킹크랩, 새우, 조개류, 오징어. 의심했던 것이 모두 음성이었다. 의외의 결과는 따로 있었다. 주중 매일 아침 10년 넘게 먹어온 사과가 알레르기 반응 강도를 나타내는 클래스 1로 나왔다. 클래스 1은 감작 수준이 낮은 상태로, 임상적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 10년간 매일 먹어도 아무 증상이 없었으니, 사과를 끊을 이유는 없었다. 다만 10년 넘게 매일 먹어온 음식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정작 의심했던 것들이 무죄로 밝혀지는 과정이 꽤 아이러니했다.

    일반 혈액검사에서 일부 수치가 정상 범위를 살짝 벗어나 있었지만, 두드러기와 큰 연관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상황과 맞물려 보였지만, 검사 결과만으로 특정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었다.


  • 알레르기 혈액검사 결과. 의심했던 갑각류와 조개류는 음성이었고, 10년 넘게 매일 먹어온 사과에서 클래스 1 반응이 확인됐다.
    ▲ 알레르기 혈액검사 결과. 의심했던 갑각류와 조개류는 음성이었고, 10년 넘게 매일 먹어온 사과에서 클래스 1 반응이 확인됐다.

    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

    특정 알레르기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면역 상태와 다양한 자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경우 음식이나 약물 알레르기가 원인인 경우는 1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두드러기가 곧 알레르기라는 생각은 오해일 수 있다.

    이번 체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세 가지다.

    가려움증은 생각보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며칠을 겪어보니 수십 년을 만성 가려움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답답함이 조금은 이해됐다.

    급성 두드러기라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증상 완화에 집중하면서 자연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먼저다.

    다만 6주 이상 가려움이 지속되거나 기본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첩포검사와 혈액검사처럼 원인을 추적하는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체험은 그런 검사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검사 결과는 숫자만으로 해석하면 오해하기 쉽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경험이었다. 원인을 찾는 일은 결국 검사 한 번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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