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자동차 렌트 회사를 통해 업무용 차량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한 인물이 차량을 가져갔다. 차량을 빌려준 회사 측에서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차를 빌린 A씨의 입장이다. 반면 렌트 회사 측은 이 문제는 A씨와 차를 가져간 인물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8400만원짜리 차량을 둘러싼 진실 공방, <일요시사>가 확인했다.
장기간 사용할 업무용 차량을 빌릴 경우 자동차 렌트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계약자 본인과 계약자가 지정한 사람에 한정해 대여한 자동차를 몰 수 있다. 보험 등의 문제로 실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계약자는 계약 기간에 맞춰 대여료를 납부하고, 렌트 회사는 계약 종료와 동시에 차량을 회수한다. 일반적인 차량 장기 렌트 절차다.
“적법하다”
인천에서 개인사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지난해 12월 업무용 차량이 필요해 차량 장기 렌트 계약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장기 렌트와 사업 자금 알선 등을 전문으로 한다고 주장하는 B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A씨는 차량 장기 렌트 계약에 필요한 개인정보와 서류 등을 메신저를 통해 B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계약은 렌터카 회사인 롯데렌탈을 통해 이뤄졌다. A씨는 비대면으로 롯데렌탈과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과정에서 421만5000원을 보증금으로 선지급했다. A씨가 빌린 차량은 SUV 기종이었고 차량 가격은 8430만원에 달한다. A씨는 대여료로 5년간 매월 123만원씩 내야 했다.
문제가 생긴 건 출고된 차량에 추가 작업을 하면서다. A씨는 “B씨가 선팅을 하고 블랙박스를 설치해주겠다면서 차량을 자신이 출고하겠다고 했다”며 “그 말을 믿고 차량 출고에 동의했고 ‘선팅을 좀 진하게 해달라, 나중에 타야 한다’라고까지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 A씨는 대여한 차량을 받지 못했다.
A씨는 B씨 등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하면서 “B씨 일당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차량 장기 렌트 계약 및 사업 자금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고 거짓말하고 담보물 명목으로 장기 렌트카를 받은 뒤 차량을 편취하기로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가 그 차를 타고 다니는지 아직도 모른다”고 전했다.
A씨가 문제 삼은 부분은 차량을 대여해 준 롯데렌탈 측의 대처였다. A씨는 “백번 양보해 차량 편취 문제는 나와 B씨 일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 있다”며 “하지만 차량의 실소유주인 롯데렌탈 측은 B씨 등이 차를 몰 수 없게 운행 정지를 해달라는 요청에 일단 계약을 해지해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고만 계속 말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을 해지하면 A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대로 남은 대여료의 30%에 달하는 2000만원가량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그는 “차를 타보기는커녕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계좌에 돈이 들어가기가 무섭게 대여료가 빠져나가고 있다. 계약을 해지한다고 해서 차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나는 돈만 날리는 셈”이라고 한탄했다.
또 롯데렌탈 측이 자신의 동의 없이 타인을 실제 운전자로 등록했다고도 주장했다. 장기 렌트의 경우 계약 당시 선택한 운전자 범위에 따라 보험이 적용된다. 계약자 본인으로 한정하거나 배우자, 직계 가족, 형제자매, 법인의 경우는 임직원 등으로 차량을 몰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계약자가 지정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
장기 렌트 하려다가
차 못 받고 대여료만
A씨는 실제 운전자를 지정하고 등록하는 과정을 처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차를 누가 타고 다니는지도 모른다. 롯데렌탈 측 관계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실제 운전자로 등록된 사람의 연락처를 알게 됐는데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었다. 제3자를 실제 운전자로 등록하려면 계약자 본인이 동의해야 하는 걸로 아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경인지방공정거래사무소(이하 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롯데렌탈 측의 행보가 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사무소는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 철회 등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피민원인(롯데렌탈)에게 소명을 요청한 결과 차량을 점유하고 있는 인물은 민원인(A씨)의 법인 차량 렌트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민원인에게 대출을 알선하고 해당 차량을 인도받아 선팅 등의 작업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이후 분쟁이 발생해 해당 대출이 이뤄지지 못하자 민원인이 차량을 돌려받기 위해 제기된 민원이라고 소명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원인의 주장과 피민원인의 소명이 서로 달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렵고 민원 내용이 차량 렌트를 위한 계약이 적법, 유효하게 체결된 이후 계약 이행에 대한 사안인 만큼, 차량을 점유하고 있는 인물과 민원인 혹은 민원인과 피민원인 사이에 민‧형사 관련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을 내놨다.
다시 말해 계약은 적법하게 이뤄졌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이니 개인 간 혹은 개인과 회사 간 소송을 통해 일을 처리하라는 뜻이다.
롯데렌탈 측도 <일요시사>의 취재에 사무소의 답변을 인용해 응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지난 4월28일에 공정거래사무소에서 종결된 사안으로 확인된다. 우리 측이 받은 답변에 따르면, 민원인의 주장을 허위로 판단해 내부적으로 종결했다고 돼있다. 매니저 등을 통한 추가 민원 제기에도 여러 차례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운전자 등록과 계약 해지 등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답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실제 운전자는 계약자가 지정한 사람도 가능하다. 계약 내용을 확인한 바로는 A씨가 특정인을 실제 운전자로 지정한 것으로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요구하는 운행 정지 등의 조치는 법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경찰을 통해 도난 신고 등이 접수되면 그때 운행 정지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계약 해지밖에 방법이 없다. 이 부분도 민원인에게 여러 차례 설명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억울하다”
A씨는 “B씨가 차량을 받는 것에 동의했을 뿐 실제 운전자로 지정한 적은 없다. 계약자가 실제 운전자를 등록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근거 서류도 없다. 또 도난 신고도, 차량 운행 정지도 법적으로 롯데렌탈 밖에 할 수 없다고 경찰하고 구청 관계자에게 들었다. 계약한 당사자가 차량을 갈취당했다고 말했고 차량의 실소유주(롯데렌탈)로서 조치해달라고 했는데 고객의 손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 해지만 말하는 게 대기업으로서 할 일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추가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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