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시 구매자를 위장한 3자 사기로, 판매가자 보이스피싱에 연루되어 계좌가 동결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어제 낮에 엔화 1천만 원어치를 팔았는데, 저녁에 계좌가 막혔습니다.” 당근마켓으로 일본 엔화를 판매한 A씨의 계좌에 1천만 원이 묶였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됐다는 이유였다.
당장 부동산 계약 잔금을 치러야 하는 A씨는 하루아침에 ‘범죄 연루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판매자를 속여 계좌를 빌리는 신종 ‘3자 사기’ 수법의 전형이다. 법은 왜 선의의 판매자 계좌를 묶고 있으며, 억울함을 풀고 돈을 되찾을 방법은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과 관련 법규를 통해 그 해법을 심층 분석했다.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중간책’…지급정지, 왜?
A씨가 겪은 일은 사기범이 판매자와 제3의 피해자를 동시에 속이는 ‘3자 사기’의 전형적인 사례다. 사기범은 A씨에게 엔화 구매자로 접근하는 동시에, 다른 피해자 B씨에게는 허위 물건을 팔 것처럼 속여 B씨의 돈을 A씨 계좌로 입금하게 한다.
그 후 사기범은 A씨로부터 엔화만 챙겨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A씨의 계좌는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자금이 거쳐 가는 ‘중간 경유지’가 된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금융회사가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경우 즉시 지급정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A씨의 잘못과 무관하게 피해자의 신고만으로 계좌가 묶이는 이유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상훈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질문자님을 공범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로 조사할 것이며, 은행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우선이기에 일반적인 소명만으로는 지급정지를 쉽게 풀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범죄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백’의 증거들…무엇을 어떻게 제출해야 하나?
계좌를 풀기 위한 핵심 열쇠는 ‘정당한 거래’였음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는 것이다. 경찰 조사와 은행 이의제기 절차에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반포 법률사무소 김윤환 변호사는 “특히 경찰에서는 ‘실제 엔화 전달이 있었는지’, ‘현금거래 구조를 인식했는지’, ‘거래 상대방과 사전 공모가 있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당근마켓 채팅 내역, 거래 장소 CCTV 등 기존에 확보한 자료에 더해 거래의 정당성을 보강할 증거가 필수적이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추가로는 대면 인도 사실을 더 단단히 만드는 자료가 핵심인데, 엔화 권종·수량·봉투 사진, 거래 전후 현금 보관·이동 경로, 상대방이 제시한 신분·연락처·계좌명의자 정보, 당일 위치기록(차량 블랙박스, 통신사 위치확인 가능 범위)까지 확보해 두면 유리합니다”라고 구체적인 증거 목록을 제시했다.
이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경찰로부터 ‘범죄 혐의 없음’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은행의 지급정지 조치를 신속하게 해제하기 위해서는 경찰로부터 '범죄 혐의 없음'을 입증하는 서류(사건사고사실확인원 등)를 발급받아 은행에 이의제기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은 멀고 계약일은 코앞…‘시간’과의 싸움, 현실적 대안은?
문제는 시간이다. 법적 절차를 모두 밟아 결백을 증명하더라도 계좌가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은행에 이의제기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의 검토를 거쳐 지급정지가 완전히 풀리기까지는 짧게는 14일에서 길게는 2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라고 실무적 현실을 지적했다.
당장 부동산 계약과 잔금 지급을 앞둔 A씨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묶여있는 예금을 단기간에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다른 대출을 알아보는 등 계약금과 잔금을 치를 예비 자금을 신속하게 마련해 두시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입니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서아람 변호사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계좌가 장기간 지급정지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해당 계좌 외에 다른 금융기관 계좌 사용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시고, 부동산 계약 상대방과도 필요하다면 일정 조정 가능성을 검토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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